“심연을 응시한 사람”
어떤 사람은 신을 부르기 위해 하늘을 올려다보고
어떤 사람은 신을 찾기 위해 내면의 심연을 내려다본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두 번째 사람이었다.
그는 사제이기 전에 한 인간이었고 성인이기 전에 방황자였다. 그는 젊은 날의 욕망과 지적 허영, 끝없는 쾌락 속에서 진리를 향한 갈증을 지닌 채 유랑했다.
그러나 깨달았다.
신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고백록'은 그가 자신의 그림자를 껴안으며 쓴 기도의 기록이다. 그가 걸어간 길은 죄와 사랑, 교만과 겸손 사이에서 출렁이는 인간의 길이었다.
젊은 아우구스티누스는 지적인 불꽃이었다.
철학을 파고들고 수사학으로 군중을 매료시켰으며
그리스 철학자들의 논리를 무기 삼아 신을 반박하려 했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그는 한 정원의 나무 아래 앉아 있었고
그 순간 어디선가 들려온 아이의 목소리
“들어라, 읽어라(Tole, lege).”
그 말에 그는 바짝 말라 있던 영혼을 끌고 성경을 펼쳤고
그곳에서 사랑과 절제에 대한 문장을 마주한 뒤
모든 방황이 끝나는 듯한 침묵 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회심은 번개처럼 일어난 것이 아니라
오랜 갈증과 실패, 교만 끝에서 피어난 겸손의 눈물이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깨달았다.
진리는 고개를 치켜들고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숙인 자에게 속삭이며 다가온다는 것을
'고백록'은 ‘영혼의 일기’이자 ‘고백의 찬가’이며 ‘사랑의 자백서’다. 자신의 과오를 낱낱이 털어놓으면서도
그 안에 묻어난 것은 부끄러움이 아닌 감사였다.
“주님, 당신은 내게 당신을 찾게 하셨고
찾게 하신 당신은 이미 내 안에 계셨습니다.”
이 한 줄의 문장은
하나님을 찾는 길이 곧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길임을 말해준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겸손’이다.
교만했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모든 것’인 신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누구 앞에서만 겸손한가요?
그리고 무엇 앞에서 고개를 숙이나요?
우리는 지금, 자기 확신의 시대를 살고 있다.
스스로를 내세우고 이름을 알리고 존재를 증명하라 말한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는 속삭인다.
“진짜 빛은 그림자를 직시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겸손이란 자기를 작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리를 정확히 아는 지혜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그 위에 있는 사랑과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
그는 말한다.
“나는 길을 잃었지만 당신은 나를 잃지 않으셨습니다.”
이 문장은
우리가 누구이든 얼마나 실패했든
당신 안엔 여전히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증거다.
오늘날, 우리는 겸손을 나약함으로 오해하지만
진짜 겸손은 누구보다 단단한 사람이 선택하는 자세다.
그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들여다보되 그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는 태도이며 자기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용기다.
Hen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