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은 말보다 침묵을 환희보다 고요함을 사랑한 시인이었다. 그녀는 세상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의 방 안에서 거의 평생을 보내며 세상의 진실을 속삭이듯 써 내려갔다.
문을 걸어 잠근 채 마음을 열고 우주를 적어 내려간 그녀의 시는 짧지만 무게는 깊고 크다. 삶과 죽음, 고독과 존재, 신과 무의미에 대해 속삭이듯 묻고 단어 하나로 삶의 전환점을 그려낸다.
그녀의 언어는 칼날 같고 동시에 꽃잎처럼 가볍다. 조용히 창문을 열었는데 창으로 영원이 스며드는 듯한 기이한 순간들. 순간을 포착해 종이에 새겨 넣는 것이 디킨슨의 시적 언어였다.
그녀는 평생 1800편이 넘는 시를 썼지만 살아생전 출판된 시는 10여 편 뿐이었다. 모두 익명으로 혹은 편집자의 손에 의해 변형된 형태로 세상에 나왔다.
사람들은 그녀를 “백의의 여인”이라 불렀다. 늘 흰옷을 입고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방문객조차 만나지 않았던 그녀는 세상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시 속에서는 누구보다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낸 편지에서조차 그녀는 시처럼 말했다. 그녀에게 있어 글쓰기는 일상이 아니라 존재 자체였다. 사랑도 상실도 죽음도 모두 그녀에게는 시로 승화된 감정의 정수였다. 삶의 어느 조각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았던 그녀는 우리 모두가 잊고 지나치는 순간의 숨결을 조용히 붙잡아 기록한 시인이었다.
디킨슨은 죽음을 공포의 대상이 아닌, 정중한 손님처럼 묘사한다. 그리고 삶은 죽음과 마주한 채 긴장 속에서 존재하는 작은 불빛이다.
“Because I could not stop for Death –
He kindly stopped for me –”
이 유명한 시는 그녀가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잘 보여준다. 죽음은 무자비한 끝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 앉아 말을 나누는 존재다. 그녀의 시에는 공포가 없다. 대신 묵직한 인식, 침착한 태도 그리고 무한한 시적 상상이 깃들어 있다.
책 속의 문구들은 짧지만 촛불 하나가 밤을 밝히듯 독자의 내면을 서서히 밝혀 준다. 언뜻 보면 단순하지만 읽을수록 의미가 무한히 확장되는 그녀의 언어는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숨결이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는 묻는다.
"죽음은 끝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시작일까?"
그리고 또 이렇게도 묻는다.
"삶이란 자체로 얼마나 소중한가?"
그녀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죽음은 더 이상 공포가 아닌 삶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말한다. 죽음이 있기에 삶은 더 선명해지고 언젠가 끝이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은 찬란하다.
그녀의 시는 우리에게 속삭인다.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한 번쯤은 걸음을 멈추고 삶을 바라보라고
그리고 삶의 끝에 있는 죽음마저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며 사이의 조용한 순간들에 집중하게 만드는 디킨슨의 시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녀는 말한다. “삶이란 결국 한 편의 시다.” 그리고 시는 우리가 쓰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Hen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