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모든 욕망, 회의, 구원을 글 속에 새겨 넣은 정신의 연금술사였다.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민중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했고 전쟁의 찬란함보다 한 병사의 땀방울에서 삶의 진실을 찾았다. 그는 늘 묻고 또 물었다.
“무엇이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가?”
그에게 있어 문학은 예술이 아니라 구원이었다. 삶의 허무와 인간의 탐욕, 죽음 앞의 공포와 사랑의 본질까지 그는 모든 것을 직시했고 회피하지 않았다.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부딪히고 흔들리고 무너지는 것, 그 과정을 그는 글로 남겼다.
젊은 시절, 크림 전쟁에 참전했던 톨스토이는 총성이 아닌 침묵 속에서 인간을 보았다. 포연 속에서 느꼈다. 전쟁이란 누군가의 이름을 위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욕망과 공포가 소리 없이 뒤엉키는 무대라는 것을
그곳에서 죽음은 고귀하지 않았고 명예는 종이처럼 가벼웠다.
전쟁터의 경험은 <전쟁과 평화>라는 거대한 서사로 이어진다. 그곳에는 칼과 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증오, 질투와 자책, 야망과 회한이 뒤섞인 인간의 얼굴이 있다.
그는 말한다.
“인간은 역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욕망에 휘말려 그 안에서 흔들릴 뿐이다.”
<전쟁과 평화>는 전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간 욕망의 지도이며 사랑과 삶에 대한 철학적 탐구다. 나폴레옹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건 속에서 피에르, 안드레이, 나타샤와 같은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욕망과 마주한다. 사랑하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살아남고 싶어서. 그들은 선택하고 후회하고 다시 걸어간다.
톨스토이는 말한다.
“인간은 자신이 하는 일을 아는 것 같지만 실은 알지 못한다.”
피에르는 진리를 찾아 방황하고 안드레이는 명예에 매달리다 절망하고 나타샤는 사랑을 통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선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연약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톨스토이는 모든 감정을 단죄하지 않는다. 오히려 따뜻하게 바라보며 “욕망 또한 인간의 일부”라고 조용히 말한다.
톨스토이의 세계에서 욕망은 악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본능이며 때론 고통을 낳지만 때론 성장을 이끈다. 중요한 것은 욕망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것이다.
<전쟁과 평화>의 인물들은 끝없이 흔들린다. 그러나 흔들림 속에서 욕망이 아닌 사랑과 연대, 용서라는 작은 불빛을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또한 매 순간 욕망 앞에 선다.
더 나은 자리
더 많은 인정
더 큰 성취
그러나 톨스토이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정말로 당신의 것인가?”
“욕망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전쟁과 평화>는 거창한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
조용히 삶의 고요한 순간들 사이에서 속삭인다.
욕망은 너를 흔들 것이고 흔들림 속에서 진짜 네가 보일 것이라고
그리고 어쩌면 가장 큰 평화란
모든 욕망이 잦아든 뒤
고요한 새벽처럼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Hen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