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보드와 몸, 물체와 물의 밀당
파도라는 기차에 올라타기 위해 미리 속도를 올리는 것을 우리는 '예열 패들링'이라고 부릅니다. 이때 내가 타는 보드가 무엇이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져야 합니다.
- 롱보드: 무거운 화물열차의 예열롱보드는 부피가 크고 무겁습니다. 물리학적으로 '관성(움직이던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매우 큽니다. 한 번 속도가 붙으면 잘 안 죽지만, 정지 상태에서 속도를 올리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렇기에 파도가 저 멀리 보일 때부터 미리 천천히, 하지만 길게 패들링을 시작해야 합니다. 파도가 내 엉덩이 밑에 왔을 때 이미 보드가 어느 정도 '순항 속도'에 도달해 있어야 하죠.
- 숏보드: 가벼운 스포츠카의 스퍼트
숏보드는 가볍고 물의 저항을 덜 받습니다. 즉, 가속도(속도의 변화량)를 내기에 아주 유리합니다. 예열 시간이 짧아 순식간에 속도를 폭발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성이 작아서 패들링을 멈추면 속도가 금방 죽어버립니다. 미리부터 힘을 빼기보다 파도가 가까이 왔을 때 짧고 강력한 '폭발적인 패들링'으로 파도의 속도와 순식간에 동기화해야 합니다.
Q. 왜 미리 예열해야 하는가? (정지 마찰력의 극복)
물체는 멈춰 있을 때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가장 큰 힘이 듭니다(최대 정지 마찰력). 파도가 나를 덮치기 직전에 허겁지겁 패들링을 시작하면, 이 마찰력을 이겨내느라 정작 '동기화'에 쓸 에너지가 부족해집니다. 미리 조금씩 보드를 움직여놓는 '예열'은 보드 바닥과 물 사이의 마찰을 '정지 마찰'에서 '운동 마찰'로 미리 바꾸어 놓는 영리한 작업입니다.
"롱보더는 파도를 미리 마중 나가고(관성 활용), 숏보더는 파도의 급소를 노려 폭발합니다(가속도 활용). 당신의 보드가 어떤 '엔진'을 가졌는지 알면 패들링의 타이밍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