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의 삶과 죽음의 기억

소멸의 미학을 탐닉하다 (이용택)

by 허 당

위로의 목련


이른 봄, 차가운 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시기에 담장 너머에서 흔히 마주하는 꽃이 바로 목련입니다. 춥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날, 담벼락에 드리운 햇살 아래 초봄의 어떤 나무보다도 희고 커다란 꽃봉오리를 볼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은 탐스럽다기보다 듬직함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립니다. 마치 한 가정을 헌신적으로 다독여온, 어깨가 듬직하게 벌어진 어머니의 부드러운 존재감과 같습니다.

출처) 지용철, 목련, cyano_type, 680x470mm, 2024

목련 사진을 작업했던 지용철 사진가는 개인적인 고난의 시기에 아파트 정원의 목련에서 깊은 위로를 얻었습니다. 그의 목련 사진이 지난 고통으로부터 어머니 같은 꽃에 기대 위안을 받은 외롭고 따뜻한 한 편의 시와 같다면, 이용택 화가의 목련은 사뭇 다릅니다. 이는 활짝 개화하여 만개한 후 땅으로 져버린 낙화(落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목련꽃이 소담스럽게 피었다가 어느새 져버리는 찰나의 순간은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처연함과 찰나의 미학


꽃이 통째로 뚝 떨어지는 동백꽃의 처절함과 유사한 정서가 목련에도 깃들어 있습니다. 목련은 통째는 아니더라도 한 잎 두 잎 후드득 떨어집니다. 통으로 지든, 낱낱이 흩날리든 처절함은 매한가지입니다. 우리는 떨어진 동백꽃을 종종 아름답다고 찬미하지만, 낙화한 목련은 그리 아름답게 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화가는 이 꽃이 존재했고, 존재했던 그 찰나의 순간에 카메라를 들이밀었습니다.


작가 이용택은 눈에 보이는 현상에서 출발하여, 카메라라는 매체를 통해 시간을 탐닉합니다. 또한, 공간 속에서 사물이 변화하고 생성하는 이성과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눈으로 인지한 감정을 카메라로 포착하여 찰나를 붙잡아 낸 것입니다. 이렇듯 그는 시든 목련, 모과, 풀 등 점차 소멸하거나 시들어가는 대상에 대한 관심을 작업의 주된 소재로 삼았습니다.

출처) 네오아트센터, 이용택, withered mokryeon 2025020101-1, 2025

시간의 간격을 두고 수집된 꽃잎들은 전시장 바닥과 벽을 가득 메웠습니다. 각각의 꽃잎은 현재 이 봄을 지나쳐 왔다는 모습으로 장렬하게 놓여 있습니다. 이는 마치 공원묘지에 봉긋하게 도열하듯, 한때의 화사했던 모습을 회상하며 당시의 모습들을 간직한 채 누워있거나 기대어 있는 형상입니다. 살아있는 것은 스스로 가지에 매달려 생을 이어가고자 했겠지만, 시간이 흘러 결국 이곳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시간의 공간 속에서 발생하는 기억을 고스란히 끌어안은 채 말입니다.

꽃들의 장엄함과 비장함으로 채워진 전시장은 생전의 향기와 생후의 향기가 교차하며 흐릅니다. 목련 꽃잎이 시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죽음으로 향하는 자연물의 숙명을 보여줍니다. 이는 생성과 소멸, 그리고 그 반복의 순환을 상징합니다. 그들은 색과 질감이 각각 다르고 생의 시간이 다르지만, 결국 그들의 외적 생명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집니다. 백색의 공간에서 존재와 존재 밖이 선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기록과 증언으로서의 사진

이용택, 「시든 풀」 전시 안내장, 네오아트센터, 2025

존재 자체를 직접 증언할 수 없기에, 화가는 사진을 통해 꽃잎의 선으로 안과 밖을 구분하고 스스로 증언하듯 기록합니다. 이번 '시든 풀' 전시는 카네이션에서 목련, 그리고 풀로 시선이 확장되며 방향을 달리합니다. 꽃은 점점 더 일상적인 존재로 다가오고, 죽음은 점차 비개인적이며 보편적인 사건으로 인식됩니다. 모과, 목련, 풀과 같은 소재들은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거나 시들어 가지만, 매년 다시 피어나고 다시 자라나는 순환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이 반복되는 순환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사건의 가능성을 이끌어냅니다. 같은 봄이 반복되더라도 같은 목련과 같은 풀은 두 번 다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전시장의 수많은 이미지들은 비슷한 구도와 색감을 공유하면서도, 결코 완전히 겹치지 않는 고유한 표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은 새벽 기온이 영하를 오르내리는 날입니다. 삶과 죽음의 순환이 봄을 지나 현재의 가을로 이어지고 있음을 갤러리에서 돌아오는 길에 체감합니다.



보편적 숙명


죽음을 다룬 시집*처럼, 이용택의 작품은 죽음만을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소멸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을 시도합니다. 이는 시간에 따른 자연스러운 죽음을 연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만큼이나 죽음은 예술의 주요 소재이며, 누구나 겪게 되는 보편적인 사건입니다. 동시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필연적인 숙명이기에, 우리는 묵묵히 이를 견디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시간의 선을 사이에 두고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전시장 속에서,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꽃잎들을 바라봅니다. 그 모습에 우리의 삶과 존재를 투영해 봅니다. 권태주의 시 「시든 꽃」**에서 시든 꽃은 시인 자신을 비유합니다. "아름다운 시절은 짧으니 / 그 화려함과 고운 향기 / 많이 베풀어주렴"이라고 말합니다. 전시장에 펼쳐진 꽃들도 한때의 화려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 죽음을 다룬 시집: 『시인, 죽음을 노래하다』 김종훈·김준연·김동희·장성현·김재혁·손주경·장재원,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2024

** 「시든 꽃」: 『그리운 것들은 모두 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다』 권태주, 천년의시작, 2017, p.46


By 박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