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힙의 이유와 앞으로의 전망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이미지와 영상에 자리를 내줬던 텍스트가 2024년, 힙의 상징이 되고 있다. 올해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방문객의 70%는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등 MZ세대 사이에서 텍스트를 읽는 행위를 힙하게 인식되고 있다.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시대에 텍스트는 왜 힙해진 걸까?
1. 영상과 이미지에 반해 힙해진 텍스트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정반합 이론에서 텍스트 힙의 첫 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헤겔의 변증법의 논리 구조인 ‘정반합’은 기존에 주류인 정(正)과 정에 반하는 새로운 상태를 주장하는 반(反), 그리고 정과 반에서 모순적인 것을 줄인 합(合)으로 변화한다는 철학 이론이다.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뉴진스의 디렉터 민희진 씨가 인용하며 대중들에게 더 잘 알려졌다.
정반합 이론은 텍스트 힙의 탄생을 설명하기에 적합하다. 전 국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한 유튜브의 성장세에서 보듯 새로운 문화 주류, 정(正)이 된 영상 콘텐츠의 반(反)으로 텍스트 힙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사흘나흘’, ‘심심한 사과’처럼 문해력 논란이 생기는 상황에서 텍스트를 소비하는 행위는 기존의 주류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행위다. 명품이 가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소유하기 위해 사람들이 명품을 소비하는 것처럼 책을 비롯한 텍스트를 소비하는 것 역시 쇼츠나 릴스를 시청하는 것보다 ‘있어빌리티’한 활동이기 때문에 힙해질 수 있었다.
2. 성공 방정식이 되며 힙해진 텍스트
최근 2-3년간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경험했다. 그중 가장 많이 바뀐 가치관은 돈이다. 팬데믹 기간 강한 유동성으로 계층 이동과 부의 축적이 바뀌며 많은 사람들을 성공에 열망하도록 만들었다.
물질적 성공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성공 팔이가 많아졌다. 개인의 성공 경험을 활용해 개인 브랜딩이나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타이탄의 도구들’과 같은 책을 인용하며 독서와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공 포르노가 성행할수록 텍스트를 읽고 쓰는 행위 역시 성공 방정식 중 하나로 여겨지며 지루한 행위가 아니라 성공으로 향하는 지름길의 이미지를 얻게 되며 힙해졌다.
앞으로도 텍스트는 힙해질까?
그렇다면 텍스트는 계속 힙해질까? 아니면 한 때의 유행처럼 지나갈까? 개인적인 생각은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은 텍스트 활용 능력이 될 것이기에 텍스트 힙은 미래 시대의 정(正)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화형 인공지능 모델이 미래 사회에 기반 기술이 되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능력이 된다. 어떤 질문으로 프롬프트를 입력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하기 위한 능력은 사고력이 기반되어야 한다.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결국 읽고 쓰는 연습을 꾸준히 반복해야 한다.
기술이 발달되며 좋은 영상과 이미지 콘텐츠는 무료로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좋은 텍스트 콘텐츠는 유료로 구독해야 얻을 수 있게 됐다. 즉 과거에는 기본 역량으로 따졌던 읽고 쓰는 능력이 미래 시대에는 신경 써서 기르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능력이 되는 것이다.
미래 시대의 주류가 될 텍스트. 미래의 힙스터가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 당신도 오랜만에 서점으로 가서책 한 권을 사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