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루스 Feb 21. 2022

인스타그래머블,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

 책 '노 필터'를 읽고 



2022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꼽자면, 인스타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은 대한민국 사회에 다양한 영향력을 끼쳤다.  


인스타그램은 기존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큰 차이가 있다. 바로 비주얼 중심의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전의 국내 주류 소셜미디어 플랫폼이었던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은 텍스트를 중심으로 소통했다. 굳이 사진을 올리지 않아도, 다양한 텍스트 콘텐츠 (Ex: N문 N답)으로 활발히 소통했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포스팅이 불가능하다.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인스타그램이 주류 플랫폼으로 떠오르며 사회 문화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 변화는 '인스타그래머블: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은 필터나 보정 어플을 활용해 본인의 외모나 삶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화려하게 꾸미기 시작했고, 이런 문화는 '플랙스' 같이 값비싼 명품이나 행위를 자랑하는 문화까지 발전하게 됐다.  음식점이나 카페 같은 핫플레이스에서 인증샷을 찍는 문화가 생기면서 인증샷을 찍고 싶은 예쁜 인테리어의 카페가 많아지기며 요식문화의 트렌드를 바꿔놨다.  


이처럼 인스타그램은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인스타그램을 처음 만든 사람은 과연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해답을 주는 책이 있다. 바로 [노필터]다. 



[노필터]는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이 인스타그램을 창업했을 때부터 2018년 그가 페이스북을 나올 때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인스타그램의 성장, 그리고 그 중심에 있었던 케빈 시스트롬과 마크 주커버그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한다. 


초장기 인스타그램을 정의하는 표현은 바로 불편함이다. 인스타그램의 초창기 사용자라면 인스타그램은 정방형 사진만 올릴 수 있었던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이런 불편함은 모두 의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케빈 시스트롬은 인스타그램을 모바일 세상의 '유토피아'로 생각했다. 사진작가 같은 프로페셔널들이 멋진 사진을 올리고 그 사진들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생각했다. 저품질의 콘텐츠가 많은 다른 소셜 미디어와 달리 보기 좋은 콘텐츠를 올리면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스트롬의 퀄리티 컨트롤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압박감을 줬다. 완벽한 포스팅이 아니면 사진을 올리기 힘들어했고, 이는 인스타그램의 포스팅 수 감소로 이어졌다. 인스타그램의 포스팅 수 감소는 결국 시스트롬이 스냅챗이 가지고 있던 스토리 기능을 추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시스트롬은 독립성을 유지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엔 돈이 필요했다. 이용자 수가 증가하면서 인스타그램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비용과 노하우가 필요했다.  그때 마침 시스트롬 앞에 나타난 사람이 바로 마크 주커버그다. 


결국 시스트롬은 주커버그에게 인스타그램을 매각한다.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고 초창기에는 둘의 사이가 좋았다. 주커버그는 시스트롬에게 독립권을 주며 둘은 성공적인 동반자 관계가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점점 힘을 잃어가는 페이스북에 비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인스타그램의 모습은 주커버그가 시스트롬을 견제하게 만들었다. 


케빈 시스트롬 (좌)와 마크 주커버그(우) 


주커버그는 인스타그램을 페이스북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다. 인스타그램 투자 비용 회수를 위해 광고 시스템을 만들었고, 인스타그램의 광고는 페이스북 통해서만 집행되게 만들었다. 인스타그램 인수 초창기에 제공했던, 페이스북 친구를 인스타그램에서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이나 페이스북 게시글을 인스타그램에 동시 게시하는 기능을 끊으면서 인스타그램의 성장세를 억압했다. 


시스트롬은 주커버그의 견제에도 끊임없이 인스타그램의 색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광고도 플랫폼의 콘텐츠 퀄리티를 컨트롤하기 위해 광고를 수작업으로 검수 후 집행시켰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의 성장세가 커질수록 주커버그의 압력도 심해졌다. 결국 시스트롬은 2018년 인스타그램이 10억 명 유저를 달성한 이후 사표를 내고 인스타그램을 떠나고 만다. 


마케터로 페이스북의 흥행과 쇠퇴, 인스타그램과 부상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인스타그램이 점점 페이스북처럼 되어가고 있다. 스냅챗의 스토리, 틱톡의 기능을 가져온 릴스 같이 다양한 채널에서 흥행하는 기능을 넣으면서, 시스트롬이 최초에 의도했던 퀄리티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 릴스를 타임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면서, 인스타그램의 활성 사용자를 여전히 인스타그램을 페이스북의 활성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업무의 수단으로 수년간 사용했던 인스타그램의 기능 하나하나에 이런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기능 추가와 변화의 이유가 주커버그의 개입 때문이라는 점도 놀라웠다. 케빈 시스트롬은 지금쯤 페이스북에 인스타그램에 매각한 본인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을까? 5년 뒤에 인스타그램은 지금과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더 무비] #1 매트릭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