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나는 잘하는 게 뭘까...

by 허정구

이제 한 달 남았다. 이 한 달 동안 나는 어떤 결정을 할까.

또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섬을 떠나는 나와 섬에 남아 있는 나.


한 달 뒤 나는 어떤 나일까


누군가 내게 물어봤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게 뭐냐고?」

난 책임감이 강하다고 바로 대답했다.


대답하고선 책임감이 강한 것도 잘하는 뭔가에 속하는 건가? 생각했다. 딱히 내가 잘하는 건... 없다!

내 생각에 책임감은 내가 지금껏 하고 있는 일들의 원천이다.

내가 말한 책임감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관적 책임감이 아닌 객관적 책임감이다. 뭔 말인가 하면 내 개인적 생활과 관련된 책임감은 별 볼일 없는 수준이다. 부모로서, 남편으로서, 아들로서 내게 주어진 책임감은 지금의 내 삶을 지표로 평가해 보면 낙제점이다.. 나의 가족에겐 늘 마음만 있었고 그 마음에 상응하는 행동은 늘 부족함 투성이었다. 다정다감하지도 못했고, 주어진 역할에 실패작이었다.


근데 밖에서 맞닥뜨리는 업무적인 일은 쉴 새 없이 고민하고, 탐구하고, 내 개인적 삶을 모두 쏟아부으며 주어진 역할에 맞게 행동하려 했었던 게 사실이다. 살아온 날들이 개인적인 것보다 늘 공적인 게 최우선이었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과 논리로 살아왔고 살고 있다.


내 개인적 삶은 계획도 없고, 방향도 없고, 나태하지만 일터에 나는 계획적이고 치밀했다.


주관적 개인적 영역의 삶에 대한 책임감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객관적 삶_특히 일터에 대한 나는 스스로에게 쪽팔리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러는 것도

어떤 성과를 내서 그에 대한 보상이 따르는 이유도 아니고

뛰어난 학벌. 전문지식. 능숙한 기능보유도 없는 나는


오로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내 스스로의 평가에서 쪽팔리지 않기 위한 행동과 결정의 연속이었다. 이를 나는 객관적 책임감이라 칭하고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내뱉어젔나보다.


나는 잘 하는 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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