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안면도

by 허정구

내가 누리는 사치중 하나 "안면도"


미용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하고, 이발소에서만 가능한

여성에겐 절대 불가능하고,

수염으로인한 남자만 누릴 수 있는 지상 최대의 써~어비스


안면도란 글자의 뜻 그대로 얼굴앞면을 면도하는 것인데

이 순간이 난 가장 편안하다.


한달 또는 두어달에 한번 머리를 깍는다.

오늘 방금 이발소에서 이발후 안면도의 세계에 빠졌다왔다.

면도 내내 왜 이렇게 이순간이 편안할까...생각해봤다

곰•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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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를 받기위해선 우선 내 맘과 내 몸의 준비가 필요하다. 눈을 지긋이 감고, 의자에 몸을 누운채 한톨의 긴장마저 버리고 오롯이 나를 맡긴다.


그 순간 뜨거운 물 수건이 얼굴을 감싸고

단지 얼굴 뿐인데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고 그 온기는 촉촉히 얼굴에 스며든다.


손이 아닌 타인의 부드러운 손길.손끝에 의해 로션이 약간 발라지고 부드럽게 문질러지면서 면도칼의 섬세한 느낌이 이마.콧잔등.눈썹을 시작으로 '스으윽~슥' 지나간다.


몸이 순간 반응하여 소롬을 돋우기도하지만...이내 몸과 마음은 물먹은 솜이불이되어 푹신한 구름솜위에 얹힌다.


수염의 한 올 한 올까지 밑둥까지 파고들듯 상쾌한 면도가 끝나고, 특유의 얼굴지압 두어번과 특유의 경쾌한 소리가 나면 면도는 끝이다.


...


이처럼 면도를 받을때 난 내 스스로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오롯이 면도사의 칼끝에 날 맡긴다.


이것이 진정 내게 최고의 최상의 편인함과 휴식을 주는게 아닌가 싶다.


모든걸 다 버리고

아무런 두려움도 아무런 긴장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않지만

난 누군가에게 지켜지고 보호받는 것이 내게 이처럼 무한한 평안과 휴식과 즐거움을 주는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삶에서도 마찬가지

때론 내가 누군가의 면도사가 되어야겠고

나 또한 때론 이런 삶의 면도사를 만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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