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추석명절 일기

by 허정구

예년과 달리 몸에서 좀처럼 피곤이 떨어지지않는 추석명절이였다. 아침에 애들을 다시 서울가는 기차에 태워보내고 뭔가 이상이 발생한 차를 끌고 카센타에 들렀다. 연휴인관계로 부품이 없어 고치진못하고 원인만 알고 경산시장에 들렀다 여기로 왔다.


여기밖에...없더라. 오래간만에 붕어낚시를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주행중 엔진꺼짐 현상이 나타나는 차랑 먼 곳에 머물만큼 난 대범하지못했기에 일단은 이곳 광양까지는 끌고와야 고치건 방치하건 맘이 편하겠기에 쉬지않고 달려왔다.


경산시장 구제옷가게는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쇼핑1번지가 되었나보다. 오래오래 입어서 옷깃이 헤어지고 팔목이 낡거나 찟어진 남방이 하나.둘.셋 그렇게 남방 겸 셔츠가 필요하게 되니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이 이젠 그곳이더라. 잘만 고르면 만원에 몇개는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인근 외국인들이 많이 찾으니 혹시 추석연휴지만 문을 열지않았을까하는 생각에 잠시 들렀는데 예상대로 절반이상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청바지가 2,000원 이였으니 남방은 1,000원 하지않을까하는 생각도했는데 남방도 2,000원 또는 3,000원 하더라. 근데 웃긴 건 2,000원이라면 싸다고 생각하는 내가 다음 집에선 남방을 3,000원 이라고 하니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비싸다고 멈칫하는 내가 날 보며 혼자 속으로 웃었다. 멋진 남방셔츠 하나에 3,000원.

만원이면 3벌을 사는데도 2,000원에 사다가 3,000원이라는 말에 비싸다 생각하는 나는 도대채 뭔가 싶었다. 어느 집에선 구스다운자켓을 낚시용으로 골랐는데 7,000원. 하긴 아마 나도 10,000원이라고 했으면 안사고 나왔을지도...모르겠지만 멋진 겨울 패딩잠바까지 맘껏 쇼핑을 하고 왔다.


그렇게 나의 추석명절는 여느 해와 같이 아쉽고 안타까운 맘만 가득 안은채 또 객지로 돌아왔다.


지난 겨울에 봤던 애들은 고맙게도 이번 명절에도 먼길을 내려와 주었고, 팔십의 어머니는 혼자 여지껏 해오던 추석차례상을 또다시 차렸고 난 그 차례상에 절을 하며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했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대구에 남고, 애들은 다시 서울로 가고, 난 떠돌듯 갈곳없이 이곳으로 왔다.


사는게 3,000원 헌옷조차 비싸다 생각드는 짠짠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수레바퀴처럼 돌고도는 일상이 예년이나 지금이나 늘 무겁기만 하다. 그렇게 어린 날 좋기만 했던 명절이 자꾸만자꾸만 외롭고 쓸쓸한 서글픈 무거운 명절이 되는 이유는...뭘까.




매거진의 이전글내이름이박힌책한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