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아빠가 우리 꼬맹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

by 허정구

<라디오에 보내는 나의 첫 사연>

2018년 수능시험생의 아빠입니다. 어쩌다보니 지금은 홀로 전남 광양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2년되었습니다. 애들을 떠나온지는 5년이 지나고 있구요.


사연없는 삶이 없듯 저 또한 제 나름의 사연을 가진 채 애들은 엄마랑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명절 때 한번씩 애들 볼 때 마다 한 뼘씩 자란 애들을 보면 미안하고 고맙기만 했습니다.


어제는 둘째 아들이 2018년 수능시험을 치르는 날이였습니다. 중학생일 때 시작된 객지생활이였기에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해왔는지, 맞이하는 오늘 또 오늘 그 하루하루 어떻게 지냈는지조차 모른채 모든 걸 엄마인 옛 아내에게 의지한 채 살아왔고 지내왔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고3이라는 무게를 지고 지내온 시간.

그 시간의 마지막 수능시험을 치르는 날 얼마나 긴장되고 얼마나 버거울까를 생각하며 저 또한 학력고사라는 이름으로 경험했던 그 날이 떠올라 직장에서 휴가를 얻어 전남 광양에서 우리 꼬맹이가 시험치고 있는 서울의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모든 전력을 쏟아붓고 나오는 교문에서 우리꼬맹이에게 (선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달려가 “잘했다“ 라고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4시간 반을 달려-무한히 달려-학교앞에 도착해서 보니 저보다 벌써 많은 수험생 학부모님들이 애닿는 마음으로 굳게 닫힌 교문에 줄지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저 또한 그 무리에 한자리를 얻어 기다리는데 ‘울컥울컥’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납니다. 내가 과연 이분들처럼 이곳에 서 있을 자격이 있는가...하는 생각과 더불어 그 무수한 날들동안 옆에서 지켜봐주지못한 미안함에 서러움과 아쉬움이 복받쳐 올랐습니다.


그렇게 혼자 감동하고 혼자 서글퍼하며 기다리는 동안 어둠은 서서히 내렸고, 그 어둠이 한참 지난뒤에 하나 둘 수험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그 수험생들을 맞이하며 수고한 그 아들딸들을 토탁여주고 팔짱을 끼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저 또한 좀 뒤에 있을 꼬맹이와의 감동의 순간을 상상하며 울컥울컥거리는 마음에 크게 숨을 들이내쉬며 침착해지려 애써며 <매의 눈>으로 쏟아져 나오는 수험생들 무리속에 우리 꼬맹이만을 찾았습니다.


딱 두마디 했습니다.

『잘했다! 수고했다』


정말 저는 잘 치고 못치고가 중요하지 않았기에 아무것도 묻지않고 그렇게 집에 바래다주고 다시 5시간을 달려 일터인 광양으로 돌아왔습니다. 12시간동안 11시간을 운전하고 1시간을 기다려, 교문에서 만나 집까지 바래다주는 30분 같이 보내며 오면서도 바르고 곧게 커준 꼬맹이가 마냥 고맙고 기특하기만 했습니다.


오늘 수능 다음날 옛사람-그사람에게 그동안 【참 고생많았다】고 【미안하고 고맙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사람이 회신한 문자는

『○필이는 어제 집에와서

밥먹고 눕더니

많이 울더라고...

아마 생각만큼 점수가 안나왔나봐

얘길 안해서 자세히 물어보지도 못했어

필이도 오늘 수시2차 접수하려고 해

요즘 무리했는지 감기가 걸려서 고생하고 있네

지난번 보내준 돈으로

홍삼 먹이고 있는데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많은 모양이야』


그래서 우리 꼬맹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 적어봅니다.


필아...

시험성적이 네 생각처럼 그렇게 나오지않았을 껄로 생각하고 너무 걱정하지는 마.


아빠가 좀 더 긴 시간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시험이란 늘 그런 것 같아.


준비하는 기간 최선을 다하고, 힘들고, 어려웠던 그 인내의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마치면 늘 후회 아닌 후회가 생기는 것 같아. 《좀 더 열심히 할 껄!》


그래서 시험이 가지는 의미가 결과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시험을 통해 지나온 과정을 깨닫게되고, 인식하게되고, 때론 반성하게 되는


그러한 계기를 통해

좀 더 나은 나로 거듭나는 거

그게 더 중요하지않나 생각하게돼더라.


살다보면 삶이란 늘 결정적인 시험의 순간이야.


이제 그 첫발을 너는 수능이란 시험을 통해 알게되는거고 깨닫게 되는거고 ...

기회는 늘 언제나 다시 시작되고 찾아온단다.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잖아.


그리고 아직 결과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혹시 염려하고 걱정하고 어제의 과정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털어버리고

지금 해야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렴.


너도 알잖아.


뽑기를 해보면 늘 "꽝"이 많다는 거

그렇지만

언젠가 한번 있을 "1등 당첨"을 기대하며 꿈꾸며

꾸준히 무던히 묵묵히 계속 걸어가는 가야

그렇게 하루하루 쌓이는 날들이 결국 "당첨"이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거 아닐까 아빠는 생각해.


잘 될꺼야...

너는 어제 참 잘했어.


사랑해. 우리 꼬맹이!


아빠가 우리 꼬맹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


우리꼬맹이 제게 답을 보내줍니다. 이렇게

『걱정해줘서 고마워. 운동 열심히해서 원했던 대학 가 볼게』


가까이서 지켜 봐주지 못했지만 엄마 덕분에 이렇게 잘 커준 아들이기에 또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납니다.


《그래...아빠는 믿어.


네가 열심히 하는 거 느껴져.

그리고 아빠는 절대 걱정하지 않아.

늘 너희들에게 미안함만 가득할 뿐


항상 늘

누구보다 너희들 자랑스럽고 고맙고 그래!


절대 걱정하지는 않으니

너도 너 자신을 믿고 네가 하고 싶은 운동하렴.


그러면 다 될꺼야...


정말 많이 많이 컸다는게 느껴지네.


사랑해. 꼬맹》


우리 꼬맹이는 체육학과를 간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또 다시 실기시험준비로 학원에서 힘찬 하루를 보낸답니다.

고맙기만 합니다. 그사람에게도 두 아들에게도...


가을 늦은 겨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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