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엄마의 여권

by 허정구

전화가 왔다. 오래간만에...


엄마가 여권을 만들러 (수성)구청 여권과에 가셨나보다. 전화를 바꿔주셨다.


여권 신청서를 본인이 작성 할 수 는 없었을 것이고 구청 담당 직원이 작성을 도와주며, 영문이름을 어떻게 해야하는가?에서 느닷없이 한 평생 영어이름이라고는 써보지도 생각해보지도 않았을 어머니는 그래도 잘난 아들에게 물어봐야 할 사안이였기에 전화를 하셨나보다.


어머니는 학교교육을 받지못하셨다. 어머니 당시에는 딸에게 학교를 보낼만큼 외갓댁은 넉넉하지 못했었고, 6형제중 장녀인 어머니는 집안 일을 도와야했기에 학교에 가본 적이 없단 걸 나 또한 철들고 알게되었고, 그래서 일까...칠십 평생을 보내시고나서 겨우 일손을 놓고 공부의 한을 푸시느라 한번씩 고향집에 내려가면 초등학교 1학년 국어책을 보시며 ㄱ.ㄴ.ㄷ....공책에 씌여 있던 날이 있었다. 노인대학을 다니시며...한글을 익혀 한글자 한글자 읽으시는데 여권신청서를 작성하시기엔 당연히 무리가 있고, 영문이름을 결정하긴 어려우셨을게다.


KANG KYUNG AE

아마 어머닌 지금까지 본인의 이름이 이렇게 표기된다는 사실을 처음 아시지않았을까...그의 아들은 서울에서 십여년 여행사 일을 하며 수도없이 많은 분들의 여권을 만들어주던 때가 있었는데...진정 내 엄마는 여권이 없었다.


그렇게 영어 이름을 불러줬고, 여권과 직원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이 단수여권을 만드시겠다는데...단수 여권은 일정기간 안에 1번만 사용가능한 여권이고 20,000원이며 복수여권은 ...등등


어떻게 할까요?


단수여권. 복수여권


관광과를 졸업하고 여행사에서 일했었기에 그 의미를 당연히 아는 나는...왜 엄마가 단수여권을 선택했는지 느껴졌다. 팔십 평생 처음가는 해외여행인데 언제 또 갈까하는 생각과 없는 돈에 한푼 이라도 아끼시려 가격이 싼 단수여권을 선택하셨을 엄마 마음...그래서, 나는 담당직원분께 "복수여권"으로 해 주세요! 말씀드렸다.


그리곤, 다시 전화기를 건네받은 울 엄마는 10년짜리 여권을 만들어 뭐하느냐고...또 언제 갈꺼라고...


갈지 안갈지 모르지만 그냥 10년 했으면 좋겠어서 라고 말하며 엄마랑 나는 잠시 서로 웃었다. 그렇게 엄마의 첫 여권은 신청되어졌고, 몇일 뒤 발급될게다.


아들만 둘인 엄마는 80년 만에 첫 해외여행을 가시게 되었다. 대구에 사시는 어머니는 경산에 사는 외사촌 가족들과 함께 생애 첫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온천여행을 가신다.

이모는 딸만 넷이고 그 딸들이 모두 일가를 이루었고, 외사촌 4형제중 2가족집에서 올해 수능시험생이 있어 수능이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는 1월 중순에 모두 함께 가족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아들만 있는 엄마는 딸만 있는 이모 덕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시게 되었다.


울 엄마 역시 아들과 손주랑 같이 가시고 싶어하시는 마음! 그 마음 왜 모를까 마는 이런저런 형편과 여건상 멀리 있는 아들보다 늘 가까이 얼굴보며 지내는 이모랑 같이 조카들이랑 동행하여 떠나시게 되었다.


나이가 한살 한살 들며

단 한번도 엄마랑 여행을 가 본적이 없단 걸 지난해 명절 날 고향집을 떠나오며 알게되었다. 경상도 아들이였고, 어릴 때 늘 엄마는 새벽에 아침 밥상을 차려놓고 일 나가셨고, 해가 지고서 돌아와 부랴부랴 저녁밥을 지어주셨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잠들기 전까지 여자 혼자 세 남자(남편.두 아들)를 거두셨다. 그렇게 철들고 대학교를 졸업하며 시작된 객지생활이 어느듯 20년을 훌쩍 넘어서고 그래서일까...맘은 안그런데 엄마랑 도란도란 이야기하는게 참 많이도 쑥스럽고 어색하고 잘 안된다. 그래서 지금도 한번씩 찾아가는 고향집은 여전히 조용하다.


모두들 과묵한 남자들 세상에 홍일점 어머니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따뜻한 밥 한끼를 아들에게 손주에게 먹으려 부산하게 움직이시고...


그렇게 명절을 보내고 돌아오던 어느 날 올해는 꼭 더 늦기전에 엄마랑 나랑 둘만의 여행을 가야겠다고 새해 목표 1순위로 정했지만 또 한해 또 한해 지나가 버린다.


해외여행은...힘들지라도

내년 봄엔 꼭 제주도로 떠나 꿈꾸던 엄마와의 여행을 해 보려한다. 그냥 눈만 봐도 알 수 있는 서로 애틋한 마음이지만 더 늦기전에 엄마와 나만의 소중한 기억을 얻고싶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제주도에 가면 공항에서 제주도 입국도장을 여권에 특별히 찍어주면 어떨까...여권을 만들어 한번 또는 두번 밖에 사용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나랑 울 엄마처럼 여권의 페이지가 많이 남는 사람들에게 해외여행가듯 여권을 챙겨 가면 마치 해외에 온 듯 《제주도 입도 스탬프》를 원하는 여행객에 한해 찍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무인데스크에 도장만 떨렁 두고 본인이 찍어가는 게 아닌...마치 입국데스크처럼 꾸며두고 여권을 소지한 원하는 내국인에게 제주도 입도 스템프를 찍어주면...이 또한 새로운 제주여행의 추억이 되지않을까...


엄마의 여권! 한면 한면 모든 면이 빼곡이 도장으로 채워지길 바라며...먼 훗날 엄마의 여권은 아마 내게 소중한 유물로 간직될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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