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건강보험증
주말 고향집 대구에 다녀왔다. 다시 돌아오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동생이 엄마 건강보험이 지역가입자로 바뀌었다며 새롭게 우편으로 전달된 보험증을 보여주었다.
그럴리가 없는데...
내가 직장 생활을 시작한 26살 때부터 늘 항상 피부양자로 등록하며 지금껏 지내왔는데...혹시 지난달 보험공단에 방문해서 기존 내용에서 변동한 업무 건이 있었는데 그때 등록정보 변경을 잘못하여 피부양자 상실 처리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보험증을 챙겨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잠시
시간 짬을 내어 건강보험 관리공단에 방문하여, '저희 어머니가 제 직장보험의 피부양자에서 상실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것 같다'라고, 보험증을 전달하며 확인 후 다시 정정요청을 했다.
담당 직원분은... 잠시 컴퓨터로 정보조회를 하더니..."나의 피부양자에서 빠진 게 맞다"한다. 근데 "지역가입자가가 아니고 직장가입자로 취득 신고되었다"라고 한다.
예! (이게 뭔 소리 일까)
'저희 어머니가 1938년생 여든을 넘기신 여든둘이신데... '했더니
정확한 사업장 명칭은 모르나 (보육원인지 유치원인지...) 알 수는 없으나 그곳에서 지난 2019년 02월에 취득신고가 있었고, 그로 인해 당당히 직장가입자로 취득 신고되어 나의 피부부양자에서 빠졌다 한다.
평생을 일만 하고 살아오신 여든둘의 어머니는 지금도 객지사는 아들 몰래 돈을 벌러 다니시고 계셨나 보다...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 집에 맡겨질 때 그때 어머니는 남의 집 식모살이를 했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다닐 때는 동네 숯 공장에서 하루 종일 연탄불 피우는 불쏘시개 숯 낱개 포장을 하셨다.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는 대학교 다닐 때까지 집 짓는 공사장에 다니시며 빨간 벽돌 사이에 하얀 시멘트를 매워 넣는 줄눈 작업자 일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서 키워주셨다. 그리고, 졸업 후 취업과 함께 서울 로 떠날 무렵엔 다시 부잣집에 다니며 가정부 생활을 하셨고...틈틈히 주변 이웃 애기들을 봐주시기 했었다.
일흔이 넘어서는 쉰다시며 내가 걱정할까 봐 나 몰래 아파트 청소도 다니셨다는 걸 안다.
그리곤 이젠 쉬시나 했더니.. 여든이 넘은 나이에 유치원인지 유아원인지 보육원인지 알 수 없으나 짧은 시간이겠지만 일터로 나가 꼬마 애기들 밥 먹는 시간에 도움을 주시나 보다.
언젠가 한번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평일에 고향집에 갔었다. 마침 직무교육장소가 대구였기에 겸사겸사 갔을 때 점심 무렵까지 늦잠을 자고 있던 내게 언제 일어나냐고... 자꾸만 재촉하신 적이 있었다. ~ 점심밥을 챙겨주고 보육원에 애기들 밥시간에 맞춰 가야 했는데... 느닷없이 찾아와 미적미적 집에 있으니... 혹시나 일하러 가는 걸 알면 또 못난 자식이 걱정하고 염려할까 봐 일하러 가시는 걸 숨겨야 했기에 안절부절못하셨던 건가 보다...~ 그리곤 재빨리 점심상을 뚝딱 차려주시곤 늦었다며 집을 나셔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랬었구나...
여전히 몇 푼이라도 벌어서 손자들 용돈 주고, 쌈짓돈이라도 만들어 못난 아들에게 도움이 되려 평생을 쉬지도 않고 해 온 일에 몸서리가 쳐지고 지긋지긋 하실 텐데... 객지 생활하는 아들이 주말이나 명절에 한 번씩 내려가니 걱정할까 봐 감추듯 일하셨던 모양이다.
눈물이 난다.
여전히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소일거리라도 찾아 하시는 모습이 그나마 기력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어머니 말대로 평생을 소처럼 일만 하셨는데 지금까지도 일을 해야 하는 어머니의 숙명 같은 운명이 애닳퍼서 눈물이 난다.
아마 이 건강보험증은 어머니 평생 첨 가져보는 어머님의 첫 직장 보험증이구나 하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한다.
사실을 알았지만 낮에는 차마 전화를 하지 못했다.
글도 모르는 어머님은 일흔이 되어서야 평생의 恨인 못 배운 설움을 털어내시듯 짬짬이 한글을 익히시는데 여전히 한 자 한 자 읽으신다. 그러니, 이것이 본인 직장에서 발급된 보험증인지 아실 일이 없었고, 분명 어머니의 일터에서도 뭔가 사연이 있어 설명을 드리고 직장보험 취득신고를 하였겠지만 그 설명을 충분히 아실 수 없었을 테다. 그러니 당당히 내게 보험증이 새로 나왔다며, 나 보고 혹시 일 안 다니냐고 물어보셨을게다.
어머니의 첫 직장보험증을 보며,
이것이 울 엄마가 여든을 훌쩍 넘긴 여든둘의 나이지만
여전히 짱짱하다는 증표같이 느껴진다.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져... 그리운... 밤이다.
그렇게 또 부모 마음을 알아간다. 그렇게 또 나는 엄마 닮아간다. 오십의 아들. 말 없는 무뚝뚝한 경상도 놈의 마음은 늘 애닮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