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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정구 May 16. 2019

그사람생각

장미꽃은 아.름.답.다.

오늘 늘 지나던 길에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봤다. 하루에 한 번쯤 지나는 길이였음에도 벌써 오래전에 피어났는데도 그냥 앞만 보고 냅다 달리느라 보였지만 보지 못했었나 보다.

5월의 중순.

한낮의 기온은 초여름 인양 뜨거웠다.

스무 살... 스무한 살... 그때쯤
그녀가 사는 파동의 아파트 대로변 화단에도 장미꽃이 넝쿨마다 진한 붉은 핏빛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는 행복을 맘껏 누리던 시절... 그 어느 날 그 화단에 핀 장미꽃을 몇 송이 꺾어 그녀에게 주던 그 밤에 그녀의 아버지에게 들켰다.
아주 늦은 시각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는 예쁜 딸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며 아파트 입구에 나와 계셨던 모양이다. 우린 사랑에 빠져 있었고 장미꽃 향기에 취해 있었고 헤어지기 싫은 아쉬움의 늪에서 허우적일 때 어디선가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고 그때 그녀는 "아빠!" 이렇게 말하는 순간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국민학교 시절 육상부였던 달리기 실력에 더한층 업그레이드된 쏜살같은 뜀박질로 무한히 달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 아닌 후회가 넘치지만 그때의 난 그랬다.

"안녕하세요? 그녀의 남자 친구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렇게 차분히 인사드렸었더라면
난 지금 그녀를 기억하는 내가 아닌 그녀와 함께 있는 나로 살고 있지는 않을까...

장미꽃이 예쁘다는 걸 그때 알았고, 그때의 그녀는 장미꽃보다 예뻤다.

문득 오늘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수만 송이 피어 길가에 늘어질 대로 늘어진 모습... 아무도 눈여겨보거나 관심 가지지 않는 큰 도로변의 그 빨간 장미를 본 오늘... 근 30년 전 그날 밤이 또렷이 생각난다.
그녀는... 아주 많이 정말 예뻤다!

그사람에게 이 꽃 한 송이 전해줄 수 있다면

•••


(참. 좋. 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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