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지 못한 탓에
몸뚱이 부분 부분 털이 빠져
깡마른 털북숭이들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지나가는 낯선 행인들에게
몸을 비비며 앙칼지게 울어댄다.
이렇게나 배부르게 먹고서
채워진 배 따스하게
이부자리에 몸 비비며 편히 잠을 자도
어째선지 길고양이처럼
여기저기 방황하는 기분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인간이기에
말마따나 배부른 소리로밖에는 안 들리지만
또한 인간이기에
나 자신을 길고양이에게 투영한 것 마냥
아쉬운 소리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지나는 너희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동질감을 느껴서
울음이 나 눈물을 훔쳤는데
사람들은 하나같이
매서운 고양이 눈을 하고
하찮은 듯이 흘겨보는 것 같다.
한낱 위선처럼 느껴져서일까?
뭐, 그런 것도 같다.
어느 날부터인가
음식보다는 술을 더 많이 마셔서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는 것 같고
깡마른 몸에 배만 불뚝 나온 채로
거울 앞에 서면 울긋불긋
지저분한 피부로 덮인
나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 다반사다.
그 와중에
거울에 비친 앙상한 몰골을 보며
하나 깨닫게 된 건
거리의 길고양이들처럼
생존을 위해 번득이는 눈빛이 아닌
죽은 것처럼 탁한 눈을 가진 내 모습이었다.
길고양이의 냉혹한 세계에선
나약한 존재는 이내 죽어버리는 것처럼.
인간이기에 누릴 수 있는
풍족한 삶을 살아왔던 내가
이렇게 죽은 눈을 가지게 된 건
살기 위해 하루하루
몸부림치는 너희들보다
모자라고 부족해서일까.
깊은 밤, 골목을 가득 메운
귀에 박히는 듯한 울음소리에
창문 밖을 내다보니 길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집 창문을 바라보며
애처롭게 울고 있었는데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번뜩이는 그 가여운 눈이 겹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