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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헌일 Feb 14. 2016

무제(2).


어딘가 향하려고 할 때,

내디딘 발 밑으로는

많은 것들이 지나쳐갔다.


곧 드리우는 발 밑에 어두운 그림자,

한낱, 사소했던 불쾌한 기억과

숨이 멎는  듯했던 느낌,

내디딘 발에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중압감 같은 것들.


그리고 잠시 후,

아주 서서히

감겨있던 눈을 밝히며

잠들어있던 정신을 바로잡고

몸을 일으켜 세워

천천히 모래사장으로 걸어 나왔다.


여기는 바다.

난 그 곳에 모든 걸 내려놓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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