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4학년 겨울 일기, 데이터 분석에 회의감을 느끼다.
우리는 늘 꿈과 현실의 간극 사이에서 살아간다. 현실은 고통스러운 적이 많지만, 꿈속은 늘 달콤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늘 꿈을 꾸면서 살고 있나 보다. 학생때도 적잖게 느꼈지만,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간극이 일상이 되어 버린다. 여러 번이 있지만 내 꿈에 대해, 첫 간극을 느낀 경우는 데이터 분석을 실제로 하고 난 이후였다.
힘들었던 3학년을 보내고, 겨울 방학 한 일주일동안은 아무것도 안하고 푹 쉬고 있었다. 몸이 지쳐있던 터라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잠을 자도 잘 일어나지 못했고 늘 점심때가 다 되서야 일어났다. 하루하루 게을러지는 내 스스로가 한 5초간 싫기도 했지만, 그래도 휴식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한 1~2주쯤 지났을까...? 내 마음 한켠엔 또다른 불안함이 있었다. 바로 데이터 분석을 계속 해야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15년 6월에 데이터 분석 분야로 나아가고자 다짐한 뒤 2년만의 일이었다. 당시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의 멋있는 발표 내용을 티비에서만 보고 분석 분야로 가고 싶어했다. 그리고 16년 여름, 내 생에 처음으로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을 해보았는데 실제 분석을 해보니 현실은 많이 달랐다. 마치 머릿속에는 멋진 장면을 그리지만 현실은 생각과는 너무 다른 그런 경우랄까. 꿈과 현실의 간극은 너무 달랐다. 30살이 된 지금에서야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이런 꿈과 현실의 간극은 수도 없이 느끼고 있지만 26살의 나이에서는 처음 느끼는 경험이었다. 무엇이 다르다고 느꼈을까.
데이터 분석은 멋있는 결과물 전에,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지루한 과정에 모든 시간을 붓는다.
사람들이 시각화된 자료로 멋있게 발표하는 결과물이 멋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눈에 빠지도록 데이터를 바라보면서, 머리를 싸메면서 데이터를 원하는 형태로 만들고, 가공하고, 처리하는 전처리 과정이 주된 일상이었다. 그러다가 원하는 결과나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면 전처리부터 다시 해야 한다. 구글링으로 검색하는 것도 머신러닝, 딥러닝에 대한 검색보다는 데이터를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 내는 전처리 관련 검색이 주를 이뤘다. 이는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데, 정말 고통스럽다. 마치 무언가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람들은 겉면에 있는 결과물만 바라보지만, 그 이면에 수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한 예로 4-2학기 때, 졸업논문으로 의료 데이터 분석을 했었는데, 9월~12월까지 4개월 기간동안 데이터를 이해하고, 전처리 하는데에만 3개월 이상 걸렸다. (기억하기론 논문 제출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난 전처리를 계속 하고 있었다.) 공학도에게 의료 분야는 또 너무 낯설고 생소해서 데이터를 이해하는 데에도 2달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
이렇듯 내가 생각하던 멋있는 빅데이터 분석가의 장면과 실제 하는 일이 고통스럽다 보니 당연히 회의감이 들었다. 분명히 난 2학년 때 내 삶의 한 방향을 정해놓고 달려가고 있었지만 다시 물음표로 남게 되었다. 그렇게 고민 속에 방학을 보내는 동안 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연구실에 지원이 넉넉치 않아 더이상 월급을 주기 어려울 것 같다고.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래서 학기가 끝날 때 쯤, 교수님께서 마지막으로 지시하신 논문 작성을 나는 겨울 방학 동안 초본 형태로 작성해 제출하고, 연구 활동도 마무리 짓게 되었다.
그렇게 겨울 방학 동안, 나는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고민 속에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