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내 생에 최고의 선택
누군가 나에게 "지금까지 제일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였어요?"라고 물어보면 난 망설임 없이 "27살에 두 발로 800km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나름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유럽에서 교통사고가 난 적도 있었고, 소매치기당한 적도 있었으며, 유럽에서 고질적으로 겪는 파업도 많이 겪어봤다. 해외에서 만나는 한국, 외국 친구들과 함께 하루하루 즐겁게 놀았던 것도 다 재밌는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코 순례자의 길이 나에겐 Best of Best 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종교적,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려고 걸었던 길이다. 그리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야고보의 유골이 발견되면서 순례자의 길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순례길은 결국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이다.
자세한 내용은 검색하면 다 나오니깐 한 번 찾아보시길 바란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매우 깊어 미리 알고 가면 좋다. 참고로, 길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 길은 종교적인 이유로 오는 사람도 많고, 인생의 의미를 찾으러, 또는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러, 지난날을 돌아보려고 오는 사람 등 여러 이유로 찾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이 길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이 아마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많은 사람이 다녀갔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길이다. 나영석 PD가 <스페인 하숙>이란 프로그램에서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이 순례자에게 요리를 해준 곳도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TV에 여러 번 소개되다 보니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된 것 같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아래 첫 번째 사진처럼 길이 정말 많다. 사진엔 없지만 저 위 프랑스부터 이어지는 길도 있다. 그 길부터 쭉 순례길을 걷고 있는 사람도 봤다. (2달째 걷고 있다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매우 대단....)
오른쪽에 있는 두 번째 사진이 요약본이라 보면 된다. 크게 5가지 길이 있고, 내 기억으로는 '은의 길'이 길이로는 가장 길다. 저 많은 길 중에서 가장 많이 가는 곳은 '프랑스길'이다. 프랑스길은 생장 피에 드 포트 ~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까지의 길이다. 그냥 압도적으로 이길을 많이 간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못 갈 테지만, 평소에 가면 언제 가도 그날 출발하는 한국인이 있다고 보면 된다. 혹시 코로나가 끝나고 어딜 갈지 고민이 된다면 그냥 프랑스길을 가면 된다ㅎㅎㅎ
나는 18년 4월 21일부터 5월 20일까지 총 29박 30일 동안 걸었다. 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다행히 매일 걸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순간들을 다이어리에 기록해 두었다. 나에게 소중한 추억을 안겨준 순례자의 길에 대해 오늘부터 하나씩 끄집어내 볼 생각이다.
이 글이 나에게 또 다른 추억이 되고, 많은 분들에 공감을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