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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홍 Sep 25. 2021

왜 하필 그 많은 여행지중에 산티아고 순례길이야?

01.계기

 "지금 아니면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내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그리고 나는 "없다."라고 대답했다.


 처음 알게 된 것은 14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1월에 군대에 전역하고, 복학하기 전 홀로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하고 있었다. 유럽 도시를 돌면서 가는 호스텔, 민박집마다 한국 사람을 만나 같이 어울리면서 밤에는 술을 마시고, 낮에는 같이 여행을 하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위스의 '루체른'이란 도시에서 범상치 않은 친구를 만났다. 무거운 배낭에 여행에는 어울리지 않는 츄리닝 복장의 남자였다. 외국에서 만나는 한국인이라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고, 동갑이라는 말에  그날로 말을 편하게 했고, 저녁에 같이 라면에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했다. 그 친구는 90일 동안 여행을 왔는데, 순례길을 완주하고 홀로 여행 중이라 했다. 그때 '산티아고 순례길'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흘러 이 길을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찾아왔다. 예상보다 취업이 일찍 된 것. 당시 나에겐 6개월의 자유시간이 있었다. 졸업 학점도 다 채워 학교도 더 이상 안 가도 되는 정말 순도 100%로의 자유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자유시간은 당연히 여행 계획들도 다 채워졌다. 


 이미 대만, 뉴질랜드, 호주는 가기로 했고, 한 2달 정도의 남은 시간에 나는 남미와 산티아고 순례길 중 고민을 했다. 남미의 그 이국적인 풍경을 볼 때마다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남미 역시 한국에서 쉽게 갈 수 없고, 직장을 다니게 되면 더 가기 힘든 곳이다. 하지만 내 마음 한편에 4년 전 그때 그 길을 갔던 친구가 계속 생각이 났다. 인터넷을 찾아볼수록 나는 점점 순례길에 빠져들고 있었다. 


 나는 자연을 보는 여행을 좋아한다. 바쁜 일상과 떨어져 멍하니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사소한 것에서 의미를 찾는 것을 좋아한다. 순례길은 흔히 인생에 비유를 많이 한다. 그리고 그 순례길에서 나의 고민에 대한 인생의 정답을 찾고 싶었다.

 나는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할 때, 기회가 나에게 다가올 때, 선택을 하는 데 있어 걱정과 고민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었다. 또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도 늘 두려움이 많을 것이기에 '그냥 하면 된다'는 용기를 이 길 위에서 얻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마크툽'이란 단어처럼,

그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이미 쓰여 있는 말이다. 어차피 그렇게 될 것이다.

마치 이미 답이 정해진 마냥, 내 마음은 결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지금 아니면 이 길을 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결론은 "아니"였다. 물론 직장 생활을 얼마나 오래 할지 모르지만, 한국 특성상 한 달 넘게 여행을 가는 것은 어렵다. 휴직 제도가 있지만, 아직까지 여행 가고 싶어 휴직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또한 가정이 생기면 더 쉽지 않다. 실제로 순례길에서도 대부분이 20대 아니면 50대 이상이었다. 그러기에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17년 9월부터 있었던 마음 한 켠의 고민에 최종 결정을 18년에 내렸다.


 "산티아고 순례길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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