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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홍 Nov 02. 2021

산티아고 순례길, 프로미스타~까리온, 19.21km

17. Day14, 노래하는 알베르게

여기 순례길에 온 이유에 대해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유일한 존재이고, 여러분의 길은 여러분이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오늘은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까리온의 '산타 마리아' 알베르게로 가는 날. 이 알베르게는 '노래하는 알베르게'라고도 부른다. '나의 외사친'이란 프로그램에 심상정이 출현해서 알려진 알베르게이기도 하다. TV에서 그 장면이 너무 감명 깊어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다. 2시 이전에 방이 가득 찬다고 해서 아침 일찍 서둘러 나왔다.


새벽의 까리온으로 가는 길


 오늘은 다시 누나들과 JC와 함께 걸었다. 오랜만에 뭉쳤다. 까리온으로 가는 길은 왼쪽은 도로인 직선 길이라 어렵지 않았다. 가면서 오랜만에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그림자 사진을 통해 우리의 흔적도 남겼다.



가면서 어제 새로 만난 한국인 친구들도 만났다. 이 친구들 역시 '산타마리아' 알베르게로 가는 친구들이었고, 숙소에 자리가 없을까 봐 서둘러 걸어갔다.



 그렇게 1시쯤 되어 까리온에 도착했다. 다행히 자리는 많이 남아 있었고, TV에서 본 적 있는 수녀님 한분이 "여기까지 해냈네!!" 하면서 한 명 한 명 하이파이브를 해주셨다. 짐을 풀자마자 거기에 모여 있는 한국인들과 같이 장을 보고 낮술을 했다. 그리고 6시에 수녀님들 기도에 참가했다.


 6시 30분, 드디어 노래하는 시간이 왔다. 각 국적의 많은 외국인들이 참석하였다. 수녀님들의 첫 노래는 처음에 신나면서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노래가 끝나고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이름, 국적, 왜 이 길을 걷게 되었는지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각자의 이유로 대답을 했고, 난 "다가올 미래에 펼쳐질 두려움에 대해 용기를 얻기 위해, 또 그동안 놓쳐왔던 사소하면서 중요한 것들을 이 길에서 깨닫고 싶다"라고 했다.


노래하는 알베르게, 산타 마리아


 수녀님들은 그 뒤로도 몇 곡 더 불러주셨다. 아름다운 선율이 마치 천사가 노래하는 듯했다. 나에게 많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었다. 노래가 다 끝나고 수녀님께서 마지막 말을 하셨다.

 

여기 순례길에 온 이유에 대해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유일한 존재이고, 여러분의 길은 여러분이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너무나도 멋진 말이었다. 각자 다른 이유로 온 이곳 순례길에서 유일한 존재인 모두가 각자의 길을 잘 만들어 가길 바라는 진심 어린 목소리였다. 노래가 끝나고 다 같이 미사에 참석했다. 오늘 미사는 그동안 했던 미사와는 조금 달랐다. 그동안은 기도만 했다면 오늘은 수녀님들의 노래가 섞인 미사였다. 미사가 끝나고 신부님이 순례자들을 위한 기도도 해주셨다.


 미사 마지막에 오늘 미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각 국적을 하나씩 불러주셨고, 끝나고 나서 한 명 한 명씩 이마에 십자가를 그어 주면서 축복도 해주셨다. 그리고 별 모양의 스티커를 나눠주셨다. 순례자들은 홀로 이 길을 걸어 나가면서 하루하루를 견뎌내지만 그 길 뒤에는 우리(신부님과 수녀님)가 항상 함께 있고 응원해주고 있었다. 마지막에 축복해주면서 수녀님들이 불러준 노래는 감동적인 노래였다. 멜로디만 들어도 괜히 숙연해졌다.


 그렇다. 순례길에게 각자가 유일한 존재인 듯, 우리 모두는 세상에 둘도 없는 혼자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그 뒤에는 항상 나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계셨다. 소리 없이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오늘도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고, 이 길 위를 열심히 걷고 있다. 혼자인 듯하면서도 항상 함께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분들께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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