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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홍 Nov 09. 2021

산티아고 순례길, 사하군~Religos, 32.25km

19. Day16, 마음


 오늘도 역시 아침에 10km를 걷고 카페에 들어갔다. 이제 아침에 10km 정도 걸어가고 카페에 들어가는 것은 우리에게 반복적인 현상이다. 이 10km를 걷고 잠깐 커피를 마시면서 잠도 깨야 한다. 카페에서 쉬면서 JC가 오늘 가는 길에 라면 파는 데가 있다고 했다. 나랑 같이 걷던 사람들은 당연하게 오늘 점심은 거기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정말 단조로운 길이었다. 거의 직선 길이었고, 뭐 특별한 것이 없었다. 도로가 있었지만 차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심지어 사람도 없어 그저 파란 하늘 아래 평평한 땅 위에서 우리만 걷고 있었다. 우리는 도로에서 사진도 찍고 맥주도 마시면서 걸었다.



 그러다 걷던 도중에 친구의 여자 친구의 얘기가 나왔다. 사실 요 며칠간 우리가 잘 시간에 그는 늘 여자 친구와 오랫동안 통화하고 있었다. 몇 번 봤지만 그동안 모른 채 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먼저 여자 친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헤어질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계속 고민이 된다고 한다. 하도 오래되어서 정확히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내 기억으론 "몸과 머리는 헤어질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음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생각해봐"라고 했던 것 같다. 후회하지 말라고.


 마음.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항상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나는 대학생 때 상당히 오랜 기간 만났던 사람이 있었다. 크게 싸운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그때 나 역시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서로 싸우고 나서 그녀는 당장 결론을 내기보다는 일단 시험기간이니깐 끝나고 얘기하자고. 내가 상처만 준 채 우리는 각자 할 일을 하러 갔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시험공부가 전혀 되지 않았다. 연구실에 앉아있으면서 계속 그 친구 생각이 났다. 미안한 일들, 괜히 말 꺼내는 듯한 후회가 몰려왔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용서를 구하러 갔다. 


 마음이란 그런 것 같다.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봐야 하는 것. 저런 경험을 한 것을 보면 마음이란 것은 생각의 생각을 더한 무의식적인 깨달음이 맞는 것 같다. 나의 그 선택 덕분에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좋은 관계 속에서 2년을 더 만날 수 있었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헤어질 때 그 친구가 나보다 훨씬 더 힘들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러기에 같이 걷는 친구에게 있을 때 후회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



 오늘 날씨는 정말 더웠다. 32km 정도를 걸어서 Regligos란 작은 마을에 도착했는데, 이미 한 40km는 걸은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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