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빌라프랑카~오세브로, 29.23km

26. Day23, 갈리시아. 마지막 지역

by 홍홍
비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존재한다는 것. 나는 이 말을 믿기로 했다.


오늘 아침, 시작은 산을 가기 위한 도로였다. 약간의 언덕을 한창 올라갈 때쯤, 저 아래에 빌라프랑카 마을이 보였다. 빌라프랑카 마을은 정말 다시 보아도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2시간 정도 걸었을까? MS, ES누나, HH 일행을 만났다. 이들과 함께 가는 것은 너무 즐거웠다. 다들 현재를 즐길 줄 알면서도, 나름의 진중함을 갖춘 내가 딱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들이었다.


어느덧 20여 km 가까이 걸었을 때, 순례길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산이 나타났다. 흙길로 시작을 알렸으며, 소똥이 정말 많았다. 다시 생각해봐도 심각할 정도로 정말 많았다. 게다가 오늘은 비도 계속해서 내리고 있어 더 올라가기가 쉽지가 않았다. 또 전에 용서의 언덕을 올라갔을 때처럼 안개가 정말 많이 끼었다. 한창을 올라갔을까. 레온 지역이 끝나고 갈리시아 지방의 시작을 알리는 표적을 보았다.


갈리시아. 순레 길에서 접하는 마지막 지역이다. 이 길의 끝에 모든 세계인의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가 있다. 이곳부터는 여태까지와는 다른 표지가 있었다. 바로 표지마다 남은 거리가 표시되어 있는 것. 백의 자리 숫자가 1인 것을 확인한 순간 그동안 정말 많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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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하도 진흙길이어서 올라가기가 힘들었다. 나랑 친구들이 점점 지쳐 갈 때쯤, 오랜만에 아기를 데리고 온 부부가 산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 엄마는 아기를 업고, 아빠는 유모차를 들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 배낭 하나도 무거운데, 아기와 유모차를 들고 이 힘든 진흙길을 오르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어 보였다.


아기를 업고 산에 오르는 부부, 장님이신 어머니를 모시고 온 딸 등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나는 그저 일반적인 사람이구나'라고 느낄 때가 참 많았다. 또한 여기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밖에서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모두 각자의 직업이 있고, 각자의 가정이 있는 내가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모두 멋있어 보였다. 그렇기에 이 순례길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상황들이 비현실적이고 아름답게 보일 때가 많았다. 비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있다는 것. 난 이 말을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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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겨우 도착한 마을은 산 정상에 있었는데, 식당도 거의 없는 아무것도 없는 마을이었다. 점심은 다행히 식당에서 먹고, 살 것도 별로 없는 마트에서 저녁을 해 먹어야 했다. 결국 가방에 가지고 있던 라면들을 다 모아서 파스타처럼 해 먹었다. 그럭저럭 맛은 있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날씨였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가득했고, 비바람이 굉장히 심하게 불었다. 3도 정도 되는 추운 날씨였고, 이대로라면 내일 새벽은 영하로 떨어질 것 같고, 잘 보이지도 않은 산길을 내려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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