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홍 Jan 18. 2022

산티아고 순례길, 오세브로~트리아카슬라, 23.21km

27.  Day24, 마지막 영하 날씨


 오전 10시, 일어나 창문을 봤는데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쳤다. 전날 안내자분이 새벽에 출발하는 것은 위험하니 10시 이후에 출발하라 했는데도 여전히 날씨는 안좋았다. 그래도 늦어지면 알베르게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서둘러 출발했다. 안개까지 낀 앞도 잘 안보이는 상태에서 영하의 날씨에 비바람을 맞으며 산 정상을 내려가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정상에서 산을 내려올 때는 도로와 흙길 두 개가 있었는데, 안전하게 도로로 내려갔다. 다행히 도로 덕분에 내려가는 길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으나, 바람이 반대로 불어 비가 그대로 내 얼굴에 뿌려졌다. 우비가 큰 소용이 없었다.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이렇게 주변 환경이 열악해질수록 목적지를 향해 가고자 하는 정신 상태는 뚜렸해졌다. 우리는 서로 말도하지 않고 그저 내려가기만 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전에도 이런 경험을 해서 놀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페인은 5월도 영하로 떨어질 수 있다' 라는 것을 전에 한 번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에 그렇게 놀라지 않았고,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덜 추웠다. 마치 5월의 스페인 날씨가 영하일수도 있다는 것이 처음에 내 뇌에선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다가 한 번 정상으로 분류가 된 것 처럼..


 어쨌든 그렇게 한참을 내려와 숙소에 가까워질때즘, 날씨가 개었다. 정말 순식간에 맑아졌다. 스페인의 변덕성이란....

 갈리시아 지역에선 순례기를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알베르게도 많아졌고,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앞으로는 정말 좋은 숙소를 구하기 위해서 빨리 다녀야 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산티아고 순례길, 빌라프랑카~오세브로, 29.23k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