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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홍 Feb 12. 2022

산티아고 순례길, 몬테도고조~산티아고, 5.16km

33. Day 30,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 드디어 도착

 오늘 마지막 5km를 걷기 시작했다. 순례자의 증서를 빨리 받으려면 일찍 가야 했기에, 평소와 똑같은 시간에 나갔다.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는 단순히 내가 걸은 프랑스길에서만 사람이 오는 것이 아니다. 스페인, 포르투갈에 있는 수많은 순례길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를 향해 오기 때문에 조금만 늦어도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러기에 문을 열기 전에 미리 도착해 있는 것이 좋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길에서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너무 기쁘고,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는 아무렇지 않았다. 도착해서도 아무렇지 않았다. 일찍 도착해서 한 30분 정도 기다리고 순례자의 증서를 받았다.

순례자의 여권과 순례자의 증서


 30일 동안의 여정 속에서, 앞뒤로 가득 채운 순례자의 여권과 내 이름이 써져 있는 증서를 보니깐 새삼스레 내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증서를 받고,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 대성당과 그 성당이 있는 광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같이 걸었던 일행들과 우리의 신발을 포함한 여러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12시 미사를 참석하기 위해 성당에 들어갔다. 전국 각지에서 온 순례자가 이 성당의 12시 미사는 꼭 참석하다 보니 이미 자리가 가득 차 있었다. 미사가 시작되고, 순례자의 완주를 축복하는 노래가 성당 안에 가득 울려 퍼질 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나뿐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를 포함해 세계의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순간 뭐랄까. 이제 끝났다는 느낌이랄까. 평범한 일상을 제쳐두고 짧으면 짧고, 길면 길 수도 있는 30일 동안 보내온 시간들, 또는 그 이상으로 과거의 내 자신을 생각하니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었다. 미사가 끝나고 전 세계 사람들이 서로 너나 할거 없이 고생했다고 서로를 껴앉으며 위로를 했다.


 미사가 끝난 후, 주변을 둘러보면서 기념품도 사고 숙소에 들어갔다. 에어비엔비에서 주부 20년 차 ES누나가 요리 솜씨를 마음껏 발휘해 주었고, 우리는 대낮부터 미친 들이 술을 마시면서 놀았다. 얼마나 먹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냥 한국 사람들이 한국에서 흘러가는 듯이 얘기하는 것처럼 우리도 똑같이 놀았다.


 그래도 모잘랐는지 술을 더 마시러 밤늦게 나갔다. 밖에 나갔더니 밖이나 안이나 완전 술판이었다. 모든 순례자들이 밖에서 하루를 잊은 채 노래를 불러대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여기는 매일 이 정도의 새로운 사람이 오는 곳인데 늘 이런 분위기인 것 같다. 우리도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마치 오늘만 살 것처럼 술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제 내일 버스를 타고,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피스테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산티아고까지는 끝났지만 내일로써 정말 모든 것이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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