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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Mar 10. 2020

코로나 사태를 이겨내기 위한 물건들

육아휴직을 시작하자마자 위기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때문이다. 2월 17일부터 출근을 하지 않았는데, 바로 다음 날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고 그 이후 확진자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각 지역 어린이집들은 자체적으로 하나둘 휴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2월 26일, 정부는 결국 전국 어린이집 휴원 방침을 내렸다. 기간은 2월 27일부터 3월 8일까지였다.


아내와 나는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사태가 일주일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우리는 미리 장기전에 대비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린이집 휴원 조치는 곧 3월 22일까지로 연장되었다.)


평상시에는 아이가 어쩌다 하루 정도 어린이집에 가지 않더라도 아이와 할 수 있는 것에 선택지가 많았다. 마트에 가서 장 보기, 키즈카페에서 놀기, 근처 공원 산책하기 등. 이번엔 다르다. 아이를 데리고 마음 놓고 밖을 돌아다닐 수 없는 상황이 때문이다.


그럼 아이와 함께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한창 에너지가 넘쳐 뛰어놀 시기인 아이들은 집안에만 있으면 지루해 하고 답답해한다. 그러면 쉽게 짜증을 내고 떼를 쓴다. 그 영향은 고스란히 부모에게 미친다.


그러면 부모는 정말 '미친다'. 그러면 안 되지만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장난치고 매달리는 아이에게 욱하기 쉽다. 그러면 집안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화기애애하고 활력이 넘쳐야 하는데, 가정보육엔 그렇게 먹구름이 끼기 십상이다.


뻔히 보이는 암울한 미래를 두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육아는 템빨’이라는 명언을 되뇌며 아이가 좋아할 만한 물건들을 구입했다. 그 덕분에 지난 일주일간의 가정보육을 다채롭게 해낼 수 있었다. (정보력 강한 아내의 공이 컸다.)


요즘 같은 시기, 육아에 지친 부모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줄 수 있는 몇 가지 물건들을 공유해본다.


1. 찰흙놀이 세트


‘플레이도우’라는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다양한 색의 찰흙과 여러 가지 모양을 찍어낼 수 있는 도구가 들어있어 아이들의 관심을 금세 사로잡을 수 있다.

손에 잘 묻어나지 않아 뒤처리가 깔끔한 편이다. 약간의 찰흙 부스러기가 생길 수 있는데, 놀이가 끝난 후 청소기 한 번 돌려주면 된다.


첫째의 경우 세 살 때 한창 많이 가지고 놀다가 한동안 뜸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사줬더니 정말 좋아했다. 1시간 반 정도는 그냥 지나갔던 것 같다. (아이 옆에 앉아서 같이 만들어줘야 더욱 오래간다.)


2. 쿠키 만들기

찰흙놀이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알록달록한 반죽이 냉동 상태로 들어있는데, 그걸 녹인 다음 찰흙 놀이하듯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다.


특정 모양을 찍어낼 수 있는 틀도 있는데 아무 모양이나 막 만드는 게 아이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더 좋은 것 같았다.


적당한 두께로 빚은 다음 프라이팬이나 오븐, 에어프라이어에 구우면 끝. 시중에 파는 쿠키같이 예쁘게 만들진 못했지만 맛은 괜찮았다.

반죽으로 모양을 만들고, 굽고, 또 먹는 것까지. 꽤 오랜 시간 지루하지 않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3. 가면 만들기


하얀 종이탈에 색연필, 사인펜으로 색칠을 하며 놀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밋밋한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입체감이 있으니 아이가 좀 더 색다르게 느끼는 것 같다.

믿기 힘들겠지만 이건 기린이다.

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동물 모양의 종이탈은 인터넷에서 장당 몇백 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찰흙놀이처럼 긴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만 가성비로 따지면 최고라 할 만하다.


4. 물로 쓰는 붓글씨


붓과 물감을 가지고 노는 건, 아이들은 정말 좋아하지만 부모에게는 뒷감당이 부담스러운 일이다. 아이들 옷에 물감이 튀는 걸 막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다 놀고 난 다음 집안을 말끔히 치우는 것도 손이 많이 가기 마련.


그런 부모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아는 누군가가 이런 놀잇감을 만들어냈다.

붓을 물에 적신 뒤 슥슥 그어주기만 하면 마치 먹물로 글씨를 쓰는 것처럼 된다. 아이가 붓을 가지고 온갖 장난을 쳐도 단지 물이 튈 뿐이기 때문에 청소 스트레스가 없다.


단순한 것 같지만 눈에 보이는 신기함 때문에 아이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물건이다.




어린이집 휴원은 3월 22일까지이지만 그 이후에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안심하고 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분위기로 봐선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아내가 재택근무를 해서 수월하게 버텼는데 그마저도 끝나면 아이 둘을 어떻게 봐야 하나 걱정이 된다.


그래도 의료 현장에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 양성 판정을 받아 치료 중인 확진자들의 고충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때마침 육아휴직을 했고, 또 육아에 도움이 되는 물건들로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이 사태가 더 이상 장기화되지 않고 잠잠해지길, 모두가 일상으로 안전하게 복귀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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