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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Oct 07. 2020

브런치 작가는 인스타에서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틈만 나면 글을 쓰던 때가 있었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2018년부터 지난 2년 간의 일이었다. 일주일에 한 편, 그게 아니면 적어도 2주에 한 편이라도 발행하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최근엔 글 발행 빈도가 확 줄었다. 마지막으로 올린 글이 9월 14일. 거의 한 달 전이다. 이렇게 오래된 줄도 모르고 브런치를 멀리 했다. 더 이상 브런치에 글을 안 써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나는 요즘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다.


지난 8월, 인스타그램 계정 하나를 새로 열었다. 페이스북과 연결된 사적인 계정이 이미 있었지만 굳이 따로 하나를 더 만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인스타 그림 계정을 운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던 사람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 그림을 그리는 거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 입장에선 그렇게 뜬금없는 일도 아니다.


그림을 그려봐야겠다는 마음을 처음 품었던 건 3년 전쯤의 일이었던 것 같다. 첫째가 두 돌이 지났을 무렵이었던가, 아무튼 아이가 색연필이나 펜을 쥐고 종이에 무언가를 그릴 수 있게 됐을 때의 이야기다.


첫째와 집에 있을 때면 스케치북에다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함께 그리며 놀아주곤 했다. 다른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보다 그림 그리기를 할 때 더 흥미를 느끼며 오랜 시간 집중력을 발휘하던 첫째였다.


그런데 그렇게 바닥에 엎드려서 한참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보다 내가 더 재미있어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첫째가 이미 흥미를 잃어 다른 놀이를 하고 싶다고 눈치를 줄 때도 나는 뽀로로 캐릭터 하나를 끝까지 완성하기 위해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때 비로소 나는 '꿈 많던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 나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그 당시의 유행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나는 어렸을 때 만화 그리는 걸 좋아했었다. 드래곤볼이니 슬램덩크니, 당시 또래들 사이에 인기였던 만화 속 등장인물들을 따라 그리면서 놀았다.


그러다 누군가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닌, 내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을 사서 만화 그리는 연습을 했다. 중학 때는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유치한) 스토리를 만든 뒤 친구들과 함께 연습장에 몇 컷 짜리 만화를 그려본 적도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진짜 만화가들처럼 그림을 잘 그렸다는 건 아니다. 단지 나는 무언가를 그리고 표현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었다는 거다. 그런데 그걸 까맣게 잊고 지냈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직장인이 되어가면서 말이다.


어렴풋하게나마 '그림을 그려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나는, 우연히 마음에 드는 온라인 클래스를 만나 수강까지 하게 됐고, 이후 점점 가속이 붙었다.


주 간단한 드로잉 기법만으로도 다양한 인물, 표정, 자세를 그릴 수 있다는 것, 또 거기에 나의 감정과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걸 수업을 통해 배우고 나니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그동안 브런치에서 해왔던 이야기들에 간단한 그림을 더하면 더 재미있는 콘텐츠가 될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브런치 글로 표현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듯해서 묵혀뒀던 이야기들도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인스타그램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다.




이번에 만든 인스타그램 계정은 프로페셔널로 전환을 해두었다. 그때 내가 어떤 직업군, 혹은 카테고리에 속하는지 선택할 수가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 '작가'를 골랐다.

작가.


그동안 오로지 브런치에서만 작가였던 나는 인스타그램에서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브런치에서 450여 명의 구독자를 모을 수 있었던 내 이야기는 과연 인스타그램에서도 통할까. 인스타그램을 하면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궁금하다. 설렌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http://instagram.com/joons.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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