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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성완 Dec 26. 2019

디어 무어


기획의도


개인적으로 저는 이 작업을 통해 두 가지를 이루고 싶습니다. 하나는 말하기 전에 듣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연출가로서 기존의 작업 방식을 뒤집어보는 것입니다. 제가 여태껏 해왔던 작업들은 연출가로서 배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물론 저는 그들을 동등한 동료로 생각하고 협업을 해왔다고 여기지만 그럼에도 제가 제 작품의 주인으로서, 헤겔을 빌자면 절대정신처럼 그들을 "활용"하려 했던 것만큼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작업에서 저는 배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작업에서 저는 그들의 말을 가능한 한 잘 듣고 그들의 본래 면목을 가능한 한 잘 담아내려 노력할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오역과 강조점의 변화 등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 또한 이 작업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디어 무어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름은 참된 이름이 아니다.

- 노자, <도덕경> 제 1장



이 프로젝트의 제목이 디어 무어인 이유는 이것이 무어라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언가를 말해보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냥 무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가 살아가는 절대적인 동기일 수도 있고, 반드시 답해야 할 결정적인 질문일 수도 있으며, 그저 그의 어떠한 본질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들을 뿐입니다.


프로젝트 로고는 무수하고 우연한 만남, 즉 관계를 의미합니다. 무어가 무엇인지는 오로지 관계 속에서만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수많은 배우, 작가, 관객들과 관계 맺는 가운데 이 프로젝트는 변화하고 확장될 것입니다.





작업 방식


이 프로젝트의 작업 순서는 이렇습니다.



a.

우선 저는 배우 분께 일회용 카메라를 지급하게 됩니다. 그러면 배우 분께서는 그 카메라로 자신의 무어를 찍습니다. 무어를 무엇으로 정의내리든, 그래서 어떤 것을 찍든 모든 것은 철저히 자신의 몫입니다. 단, 전체 필름 중 마지막 2장은 찍지 않고 남겨두어야 합니다.



b.

카메라 촬영이 끝난 후, 저는 배우 분과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그때 저는 카메라에 담긴 무어에 대해 듣게 됩니다. 그런 다음 저는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탐구하게 됩니다. 인터뷰는 촬영되며 추후 작품과 함께 공개됩니다.

* 촬영한 일회용 카메라는 수거합니다.



c.

작품을 촬영하게 됩니다.



d.

작품과 인터뷰 영상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공개됩니다. 배우 분께서 촬영한 일회용 카메라는 layandburn이 디자인한 패키지에 담겨 온라인샵 or-and-or에서 판매됩니다. 이 패키지에는 카메라와 함께 보증서(엽서)가 포함됩니다. 카메라를 구입한 관객은 “보관자”로서 누군가의 무어를 잠시 맡아두는 역할을 합니다.



f.

“보관자”는 구입일로부터 1년이 흐른 시점부터 소요필름 측에 카메라를 구입가 그대로 되팔 수 있습니다. (물론 되팔지 않을 권리 또한 있습니다.) 단, 되팔기 전 배우에 의해 촬영되지 않은 마지막 2장의 필름에 자신의 무어를 찍은 뒤, 함께 받았던 보증서(엽서)에 찍은 사진(무어)에 대한 설명을 써서 보내야만 합니다.



g.

소요필름은 매년 되산 카메라를 인화하여 전시회를 엽니다.

* 이 전시에는 배우와 촬영한 인터뷰, 작품 그리고 관객이 보내온 사진과 엽서 역시 전시됩니다.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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