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ㅡ 전세기 파일럿
터미널 주차장으로 지바겐 리무진 한 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리무진 모델이 있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 오늘 우리의 승객들은 네 명의 남성이다. 리무진에서 사람들이 열댓 명쯤 내리는 걸 보고 저들은 아니겠거니, 나와 기장님은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비행기를 전세내서 타는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공항 터미널로 가지 않고, 그 옆에 있는 작지만 화려한 별도의 터미널 건물로 들어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로비로 들어가 본인들을 기다리고 있는 파일럿들을 만나고, 곧바로 함께 주기장으로 걸어 나가 비행기에 탑승한다. 이 모든 과정은 오 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따로 보안검색도 하지 않는다.
아까 그 리무진에서 내린 무리 중 한 명이 로비로 들어서더니, 곧바로 우리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우리 파일럿이라며? 여기 탑승자 신분증."
"네 명이라고 전달 받았는데, 나머지 인원들은 함께 가지 않는 거야?"
"응, 우린 스태프라 따로 이동해. 비행기 내에 카메라 장비 설치 좀 해도 될까?"
사전에 아무런 안내가 없었던 터라 잠시 당황했지만, 나와 기장님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어깨를 으쓱했다. 곧 우리의 승객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고, 그중 한 명의 손에는 천장을 향해 무심히 들린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네 명의 남성 승객 모두 상당히 차분한 분위기였다. 낯을 많이 가리는 듯 보였지만, 비행기엔 관심이 많은지 기장님에게 쉴 틈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저는 칵핏 들어가서 준비하고 있을게요."
기장님께 조용히 속삭이곤 스태프들을 비행기로 안내했다. 또래로 보이는 남성 스태프는 들어서자마자 부지런히 카메라를 꺼내 들고, 객실 여기저기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순간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 떠올랐다. 도대체 무슨 촬영을 하는 걸까. 연예인 같아 보이지도 않는데.
어색한 적막 속에서 각자 맡은 일을 이어가던 중, 나는 칵핏 내부점검을 마치자마자 어떤 촬영이냐고 물어보고 말았다.
"유튜브 촬영해. 채널 이름은 이거고."
스펠링까지 확인하곤, 나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검색창에 입력했다. 화면에 뜨는 숫자들을 보는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구독자 수는 상상도 못 할 규모였고, 세계 1위 유튜버와 함께 찍은 영상들도 여럿 보였다.
잠시 뒤, 건물 밖으로 기장님과 함께 걸어 나오는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비행기 앞에 도착해서도 다른 승객들처럼 바로 탑승하지 않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기체 외부를 둘러보며 질문을 쏟아냈다. 그들의 카메라가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어, 나는 칵핏 밖으로 한 걸음도 내딛지 않았다.
조용조용하던 그들은 자리에 앉아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자, 태도를 180도 바꾸었다. 활기차게 농담을 던지고, 와하하 과장된 웃음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심지어 칵핏에 앉아 있던 내 이름을 대뜸 불러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비행기 문이 닫히자마자 샴페인이 터졌다. 왁자지껄한 환호성과 잔 부딪히는 소리가 기내를 가득 채웠다. 나와 기장님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곤, 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재빨리 칵핏 뒤 커튼을 닫아버렸다.
"샴페인 냄새가 이렇게 강한지 몰랐어요. 발냄새 같기도 하고…."
내가 중얼거리자, 기장님은 슬쩍 커튼을 들추고 뒤를 돌아봤다.
"샴페인 뿌리고 있어. 신발도 벗었네."
샴페인 향과 발냄새가 뒤섞인 공기는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조용한 밤 비행이었지만, 커튼 너머의 공간은 요란한 소동으로 가득 찼다. 또 비행 내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기장님의 생중계가 계속됐다.
"이제 트월킹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