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한가운데 착륙하다

수정 ㅡ 전세기 파일럿

by Park

저 멀리 공항 지상요원이 주황색 형광봉을 들고 우리 비행기로 수신호를 보낸다. 흙먼지 폴폴 날리는 모래바닥을 지나, 마샬의 수신호에 맞춰 정확히 멈춰 섰다. 시동이 꺼지는 동안 더 자세히 보려 눈을 찡그렸다.


저 마샬, 하의가 없는 거 같은데.


빠르게 화면 속 숫자들을 종이에 끄적인 후 기장님을 따라 비행기를 나섰다.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내 눈은 형광봉을 들고 형광조끼를 입고 있는 마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진짜 하의가 없는 건가? 살색과 검은색이 섞여 내 눈에 들어오자 더 자세히 보고 싶지 않아 눈을 질끈 감았다.


"오늘 하루 어때? 비행은 괜찮았고?"


기장님은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마샬에게 간단한 인사말로 답하곤, 내 옆으로 스르륵 다가와 속삭였다.


"난 과연 저런 자신감이 있을까?"


난 너털웃음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와 나란히 걸었다. 지나가는 비행기 뒤로 모래바람이 일자 목에 두르고 있던 스카프를 코 끝까지 올려 썼다.


이곳은 네바다 주의 사막 한가운데 있는 축제 현장이다. 매년 여름, 10일 간 임시도시가 지어지고 수 만 명이 이 축제를 위해 이곳에 몰려든다. 테마는 생존, 예술, 음악이며 이 축제를 위해 수많은 연예인 및 부유층들이 최소 몇 백에서 몇 천만 원을 쓰며 참석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런 것치곤 환경이 그리 럭셔리하지 않았다.


운항본부라고 만들어놓은 간의 천막으로 들어가기 전 뒤를 돌아봤다. 활주로는 모래바닥에 물을 뿌리고 검정 꼬깔콘으로 테두리를 표시해놓은 게 전부였다. 오기 전 수료했던 교육에서, 모래에 비행기 바퀴가 낄 시 당황하지 말고 시동을 끄고 내린 후 손으로 직접 주변 모래를 파내라는 매뉴얼을 떠올렸다.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이중으로 잠겨있는 천막을 열곤 안으로 들어섰다. 천막 안은 발레복을 입은 직원부터, 어깨에 마커로 견장을 그려놓은 파일럿 등 다양한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나름 미국에서 가장 와일드한 축제에 간다고 예외적으로 유니폼 대신 티셔츠를 입게 해 준 우리 회사가 가장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아아아악!"


그 순간 저 멀리 터미널 천막에서 한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너네 승객이야?"

"너희 승객이길 바라."


천막 안에 서있던 파일럿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자 농담을 주고받는다. 나 역시 따라 웃으며 이런 축제에선 별 일도 아니겠지, 태평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공항직원이 눈알을 굴리며 정확히 우리 크루에게 다가오기 전까진.


"너희 승객인데, 마약에 너무 취해서 비행기엔 못 탈 거야."

"그럼. 비행 중에 문이라도 열면 안 되지."


바로 동의하는 기장님을 보니 내심 안심이 됐다. 그래도 어제 태우러 온 승객들은 한 시간 이상 지각했는데 적어도 이번 승객들은 제시간에 왔나 보다.


"크루 팔찌 꼭 차 주시고, 기념품도 챙겨 가."


공항직원이 건네주는 빨간 티셔츠를 받아 펼치니 뒷면에 큰 글씨로 'Fly Dusty My Friends'가 적혀 있었다. 기장님을 쳐다보니 자신이 받은 티셔츠를 펼쳐 내게 뒷면을 보여줬다. 거기엔 'Pardon Our Dust'가 적혀 있었다.


마약에 취한 승객과 그를 챙기기로 한 한 명의 친구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 명의 승객을 데리고 터미널 천막 밖으로 걸어 나갔다. 천막 뒤편을 보니 스타워즈에서 볼 법한, 화려하게 개조된 차가 쩌렁쩌렁하게 노랫소리를 울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비행기에 탑승해 빠르게 이륙 준비를 한 후 뒤돌아 승객들에게 엄지를 올려본다. 대표로 보이는 한 승객이 자신 역시 엄지를 올리며 출발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주었다.


울퉁불퉁 쩍쩍 갈라져, 지나갈 때마다 먼지폭풍이 이는 모래바닥을 지나 활주로에 다다랐을 때, 헤드셋을 통해 이륙허가를 주는 관제의 카우보이 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이륙 허가합니다. 얼른 다시 돌아와, 보고 싶을 거야."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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