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다르게 보는 법

미희 ㅡ 학생 파일럿 / 도연 ㅡ 비행 교관

by Park
미희


"난 진짜 이해가 안 돼."


왜 비행기는 왼쪽으로 도는가? 나와 같은 문과출신 동기가 머리를 싸매고 인상을 잔뜩 쓴 채 꿍얼거렸다.


공대 출신인 내 비행짝꿍이 보다 못해 설명하려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나와 내 문과 동기는 눈썹을 치켜뜬 채 그의 말에 집중했지만, 단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과생과 문과생은 다른 언어를 쓰나 보다.


쉬는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이해해 보려 책을 뒤적거리던 나는 갑자기 '아!' 하며 고개를 들었다.


"프로펠러가 오른쪽으로 겁나 도니까, 비행기가 왼쪽으로 돈다고."


문과생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한참을 이런저런 용어를 쓰며 설명하던 이과생은 황당하단 제스처를 취하며 고개를 저었다.




5,000 피트. 밖을 보랴, 계기를 보랴 제정신이 아니다. 교관님 말소리도 한쪽 귀로 빠져나간다. 옆으로 45도, 비행기를 기울인 후 360도로 돈다. 왼쪽으로 한번, 오른쪽으로 한번. 고도와 속도, 기울기를 유지해야 한다.


"Look outside!"


교관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또 칵핏 안 계기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나 보다. 화들짝 놀란 난 얼결에 눈을 창 밖으로 옮겼다. 근데 대체 어디를 보라는 거야.


우선은 혼나기 싫어 저 멀리 아무 데나 쳐다봤지만, 내 눈알은 오갈 데 모르고 이리저리 방황했다. 어디를 보라는 거지. 왜 안을 보지 말라는 거야. 밖을 보는 게 더 쉽다고 늘 말씀하시는데, 도무지 모르겠다. 밖은 그저 산, 사막, 하늘, 그런 것뿐이다.


"Altitude."


잠깐 밖을 봤다고 고도가 또 떨어졌다. 교관님의 목소리에 고도계를 확인한 나는 당황하며 비행기 노즈를 들었다.


"Right rudder!"


말 떨어지기 무섭게, 계속 내가 놓치는 것들이 오른쪽 귀에서 피가 나도록 들려온다.



도연


"Look outside."


오늘도 어김없이 내 입에선 같은 말이 흘러나온다. 아마 교관 생활동안 가장 많이 하는 말 Top 2이다. Look outside와 Right rudder.


내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학생은 고개를 들어 두리번 거린다. 지금은 왼쪽을 볼 때가 아닌데. 저 학생은 초점 없이 밖을 보는 척하고 있다. 몇 초가 지나지도 않아 학생의 눈은 무의식적으로 다시 내려와 계기를 빤히 쳐다본다. 아마 속도와 고도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을 거다.


"자, 밖에 봐 봐."


팔을 쭉 뻗어 손에 들고 있던 아이패드로 계기판 전부를 가렸다. 자신도 모르게 계기를 응시하던 학생은 당황하며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우린 70 노트로 Climb 할 거야. 지금처럼 하늘이 딱 이 정도 보이는 게 좋겠어."


노트(Knot)는 비행기의 속도 단위이며 Climb은 단순히 상승을 말한다.


우리는 이미 클라임 중이었기에 정면을 보면 땅이 조금, 파란 하늘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그림을 기억해. 우린 이만큼의 하늘을 유지할 거야."


학생이 고개를 끄덕이자 컨트롤을 가져와 다시 수평을 맞췄다.


"You have the controls. 다시 70 노트 클라임 맞춰봐."


습관적으로 학생의 눈은 속도계를 향했지만 아이패드에 가로막힌 걸 기억해 내곤 다시 정면을 쳐다봤다. 그는 비행기의 노즈를 쭉 들어 아까와 얼추 비슷하게 하늘이 보이게끔 세팅했다.


"준비됐어?"

"응 된 거 같아."


학생이 자신 없는 표정으로 읊조리자, 난 계기를 가리던 아이패드를 치웠다.

속도계는 정확히 70 노트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작게 감탄사를 내뱉으며 미소를 지었다.


"봐, 안을 보지 않아도 돼. 넌 이미 어떻게 하는지 알아. 저 그림만 기억해."

"응.“

"I have the controls."


다시 컨트롤을 가져와 수평을 맞춘 후 멀찍이 보이는 산을 향해 기수를 돌렸다.


"앞만 봐. 이 정도의 땅과 이 정도의 하늘이 보이면 Level(수평)이야. 이것보다 땅이 더 보이면 무슨 말이야?"

"Descend(하강) 중이라는 거야."

"하늘이 더 보이면?"

"Climb 하는 거겠지."


학생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한 번에 잘 이해해 주는 게 고마우면서도 기특했다.


"Your controls. Fly straight and level."


그에게 컨트롤을 넘긴 뒤 스스로 수평을 잡을 시간을 줬다. 내가 이미 일직선으로 날아가도록 세팅을 해놨기에 그가 따로 힘을 가하지 않는 이상 비행기는 스스로 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비행기를 조종해야 한다는 강박에 손에 힘을 잔뜩 넣어, 자신도 모르는 새에 비행기의 자세를 흐트러트리곤 한다.


이번에 그는 최대한 밖을 보며, 계기에 눈이 머무는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Level 잡았어?"

"응 준비 됐어."

"이번엔 고도 유지에만 집중할 거야. 넌 저 산을 보면서 일직선으로만 가."


나는 팔을 뻗어 고도계에 노란 포스트잇을 붙였다. 한참을 산을 향해 날아가다 포스트잇을 살짝 들어 고도계를 확인하게끔 했다. 고도는 꽤나 안정적으로 4,000피트 언저리를 유지 중이었다.


학생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포스트잇으로 고도계를 가렸다.


"이번엔 Level turn. 고도 유지하면서 왼쪽으로 돌아봐."

"기울기는?"

"상관없어. 고도만 유지해 봐.“


학생은 소심하게 왼쪽으로 비행기를 기울였다. 계기가 가려졌기에 그는 창 밖 보이는 것에만 집중해야 했다. 미미하지만 비행기의 노즈가 아래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땅이 더 보이지? 어떻게 고칠 거야?"


학생은 'Pitch up'이라고 답하며 컨트롤을 뒤로 당겼다. 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시건방진 생각인걸 알지만, 내가 학생일 때 교관님께서 이렇게 가르쳐 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