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늘 내 삶의 한가운데 있었다

나의 멍든 마음을 알아주다

석사 과정 1년 차 여름방학, 나는 미국 북부에 위치한 리소-허드슨 에니어그램 연구소를 향해 10시간 운전을 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힘든 건지’ 알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무작정 길을 나섰다.


결혼 전, 예비부부 특강에서 들었던 에니어그램 강의 덕분에 『에니어그램의 지혜』라는 책을 알게 되었고, 그 책은 서로 너무도 달랐던 남편을 이해하는 데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미국으로 유학 올 때, 나는 그 책을 이민 가방 속에 꼭 챙겨 넣었다. 책 뒤편에 인쇄된 주소를 따라 내비게이션을 찍어보니, 차로 열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미국 연구소까지 열 시간을 단숨에 달려갔다. 여성학을 공부해도, 심리학 책을 아무리 읽어도 도무지 나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알게 된 일이지만, 2011년 내가 참석했던 그 수업은 에니어그램 연구소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돈 리소가 생애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이미 병환 중이었던 그는 그해를 마지막으로 공개 강의를 그만두셨다.


50명 정원의 그 수업에는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온 에니어그램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자리에서 서른 살의 나는 인생의 햇병아리였다.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나를, 그들은 조용히, 그리고 애틋하게 바라보아 주었다.


그곳에서의 5박 6일은 내 인생 전체를 바꾸는 시간이 되었다. 나의 멍든 마음을 처음으로 누군가가 알아보는 것 같았고, 나는 단지 ‘성격’이라는 틀 안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꼈다. 수업 내내 뜨거운 눈물을 수없이 쏟아냈다. 이해가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와, 가슴에서 몸으로 스며들었다.

‘내가 이렇게 두려워하며 살아왔구나’

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내 안에 정확히 도달한 순간이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이 세상에서,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무섭고 막막했던지, 그 두려움이 내 인생 전체를 어떻게 이끌어왔는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나는 6번 유형이었다.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끊임없이 준비하고 확인하고 걱정하며 살아온 나, 그 모든 긴장과 불안과 멍든 마음은 바로 이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 등을 토닥이며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참 잘 버텼다. 잘 헤쳐왔다."


그날 이후, 내 마음 어딘가에서 얼어붙어 있던 부분이 아주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