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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철 May 15. 2023

AI 교육이 미켈란젤로를 만날 때

AI시대 교육의 역설

AI 교육이 미캘란젤로와 만날 때

십자가형으로 죽은 후 성모마리아의 무릎에 놓인 예수의 시신을 묘사한 피에타상과 골리앗을 물리친 이스라엘의 왕 다윗의 청년기를 묘사한 다비드상은 미켈란젤로가 남긴 조각상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불후의 명작이다.


거대한 대리석을 깎아 만든 이 조각상들 앞에 서면 그 섬세함에 감탄이 절로 난다. 누군가 미켈란젤로에게 어떻게 이런 작품들을 만들 수 있었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미 조각상이 대리석 안에 있다고 상상하고,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내어 원래 존재하던 것을 꺼내 주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교육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교육이란 각자 가지고 있는 인간상, 꿈과 끼를 아름답게 조각해내는 일이 아닐까? 마치 불필요한 대리석을 깎아내듯 아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창의성의 발현을 억누르는 돌덩어리를 조금씩 깎아내서 대리석 깊숙이 자리 잡은, 아직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각자의 개성 넘치는 다비드상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이른바 맞춤형 교육이 아닐까 싶다.

 

AI 시대에 새삼스럽게 회자되는 맞춤형 교육도 결국은 학생 개개인에게 부족한 것들을 하나씩 채워주고자 하는 것이니 궁극적으로는 미켈란젤로의 조각기법과 다르지 않다. 수학에서 도형이 약하다면, AI는 도형학습에 필요한 학습자 맞춤형 도구들을 잘 조합하고, 흥미로운 학습자료들을 제시하면서 도형에 대한 학습을 도와줄 것이다. 어학에 있어서 AI 교육은 상당한 기술의 진보가 이루어졌고, 활용도도 높다. 한글 AI 디지털 교과서는 이제 막 한글을 깨우치려는 아이들에게 보다 쉽게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해주며,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이주배경 청소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영어공부에 도움을 주는 AI 서비스는 상당한 궤도에 올라와 있다. 이제 AI 덕에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 없이 모두가 영어를 잘 하게 될까? 이렇게 모든 영역에서의 학습을 AI가 도와줄 수 있다면, 이제 앞으로 학습부진이란 말은 없어지게 될까? AI를 활용한 교육은 더 진화할 것이고, 앞으로는 교육에 있어서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에듀테크도 상당히 발달했고, 온라인 공개강의(MOOC)를 통해서 어디에 있든 누구든 쉽게 대학에 갈 수도 있으며, 유튜브를 활용한다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활용해서 뭐든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학습의 어려움이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AI 교육이 빼곡하게 나열된 교육과정을 착실하게 가르치는 역할만 한다면, 무크의 세상이 열려도 다 학위를 받지 못하듯이 이른바 AI 맞춤형 교육이라는 것도 ‘완전학습’의 이상을 실현할 수는 없다. 여기서 잠시 1970년대를 돌이켜보자면  당시 제3차 교육과정기에 캐롤과 블룸의 완전학습이 도입된 적이 있다. 완전학습이론은 개별화 학습에 기초한 것으로 오늘날 AI 맞춤형 교육과 추구하는 바가 같다고 할 수 있다. 진단과 보충심화학습 중심의 학습방법으로 문제의 유형을 바꿔 반복적으로 문제를 푸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단순반복 학습방식으로 소기의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AI 교육은 당시의 완전학습과는 달리 게임적인 요소나 흥미를 자극할 수단을 갖출테니 '완전학습'의 전철을 밟지는 않겠지만, 만일 AI 맞춤형 교육이 추구하는 것이 ‘완전학습’, 즉 모든 교육과정에서의 뒤쳐짐 없는 학업성취를 이루는 것이라면, 그것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교육과정은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무거운 대리석이 아닌가? 그것은 전인적인 다비드상이 아니라 전교과적인 다비스상일 것이다.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채 원석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세상 그 어느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고유하고 소중한, 저 마다의 고유한 가치와 동기와 자기성장의 이유를 가진, 누구와 비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가치만으로도 충분히 빛나고 또 세상을 빛낼 다비스상을 조각하는 ‘맞춤형 교육 AI 미켈란젤로’의 탄생을 기다린다.


※ 이글은 2023년 5월 15일 한국4-H신문 컬럼 [AI 교육이 미켈란젤로를 만날 때]를 수정한 것임.  

※ 표지그림은 달리2를 이용하여 추상화풍으로 다비드상을 그린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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