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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A Nov 29. 2021

아픈 손가락 자식 같은 전시회

와일드라이프 사진전 & 증강현실체험전

2014년 봄은 누구나 기억할 수밖에 없는 때일 것이다.

세월호라는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사고가 벌어져 전 국민을 아프게 한 그때이기 때문이다.

나도 4월 16일 그날 전원 구조 기사를 보고 아무렇지 않게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오다 그 기사가 오보임을 알고 먹었던 점심식사를 다 토하고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었다.


그런데 나는 그때 세종문화회관에서 와일드라이프 사진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보통 3월은 전시의 보릿고개라고 한다.

그럼에도 3월 말에 전시를 시작했던 이유는 4월 중순경부터는 유초중고 단체들이 외부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또한 컨텐츠 자체가 교육적인 성격에 당시로서는 센세이션 한 인터렉티브 AR 컨텐츠도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4월 중순 이후부터는 관람객이 많이 올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실제로 4월 첫 주말부터 관람객 추이가 월등히 좋아지는 것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AR을 체험중인 관람객들. 화면 속 고릴라를 화면 속 "내"가 만지면 반응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지금이야 AR이 그다지 신기하지 않은 컨텐츠이지만 당시만 해도 전시회에 AR을 사용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화면 속의 동물이 내 터치에 의해 반응하는 것을 본 관람객들은 대부분 신기해하며 재밌어했다.


무엇보다 메인 컨텐츠인 사진들은 세계적으로 야생 동물에 관한 권위자들이 찍은 사진으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세계의 야생 동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컨텐츠의 상업적 성공에 대해 자신감을 넘어 약간은 자만하고 있었다.

'자만'이라는 단어가 딱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아무리 전시회 기획 당시 여러 가지 리스크에 대비한다 해도 '세월호'와 같이 엄청난 사건 사고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없는 법.

이번 주말부터 많은 사람들이 오겠구나 생각했던 그 주 수요일

나는 전시회 흥행 따위를 걱정할 상황이 아닌 세월호라는 엄청난 사고와 마주하게 되었다.

전시장 입구 세종대로에는 매일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도로는 소위 말하는 닭장차가 큰 길도 막아서 전시장이 거기 있다는 것 자체를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 글을 쓰는 동안 그때 느꼈던 공포가 다시 떠올라 마음이 불편해진다.


흥행 사업을 하는 동안 예측할 수 없는 갖가지 사건과 사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건 사고는 앞으로 제발 영원히 없었으면 좋겠다.

내 전시의 흥행의 실패 이런 문제가 아니라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 속절없이 사라지는 그런 공포를 다시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전시회는 조용히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진 속 매일 눈을 마주치던 야생 동물들은 속절없이 포장되어 보관 창고로 옮겨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사진 속 기린 두 마리

쓰다 보니 와일드라이프가 아픈 손가락임을 얘기하기보다는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아픈 사고가 없으면 좋겠다는 성토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와일드라이프는 내 아픈 손가락임은 분명하다.

언젠가 이 전시를 다시 심폐 소생하여 다시 선 보일 수 있을까?

내 아픈 손가락이 튼튼한 손가락이 다시 될 수 있기를 조금쯤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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