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불을 멀리 하며 주부의 직무를 마냥 방기하고 싶었던 올여름..
첩 반상 대신 일품요리로 점심 한 끼, 또는 참으로 제일 많이 해 먹었던 게 메밀소바였다..
예전엔 콩국수로 주로 달렸는데..ㅎ
위장이 좋지 않은 남편이 밀가루를 잘 받지 않고..
나 역시 혈압이 높다 보니 아무래도 메밀이 더 나을터~
점심 밥때쯤 갑자기 손님이 들이닥쳐도 별다른 찬이 필요치 않고..
국수만 넉넉히 삶아내면 되고 무엇보다 모양새가 성의 있어 보이니 인사를 듣게 되는 음식~
암튼 내게는 라면 끓이는 것만큼 간편하고 쉬운 편..
그러기 위해선 일단 사전 준비를 좀 해 놔야..ㅋ
가쓰오부시를 이용해 쯔유를 넉넉히 만들어 둔다..
.. 는 잠깐 제외하고~ㅎ
어지간한 식재료가 텃밭과 저온창고에서 공수되는 크나큰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 하다 들어와서 점심을 준비할 때는 그 몇 걸음 걷는 것조차 얼마나 귀찮은지..
그래서 종종 살림의 잔꾀를 부리느라 냉동실을 이용한다..
지난겨울 김장무 저장을 잘못해서 올봄 두엄더미로 모두 보낸 후 아쉬웠는데..
초여름엔 래디쉬로 대신했고 요즘은 콜라비가 있어 꿩 대신 닭이다..
솔직히 싱겁고 맛없는 여름 무보다 훨씬 더 좋다..
어른 주먹만 한 콜라비 하나 깎으면 몇 끼는 넉넉하다..
나라와 민족마다 챙기는 음식궁합이 있게 마련이라면..
메밀소바에 무즙이 들어가야 하는 건 돼지고기와 새우젓의 관계쯤 되는 음식 과학이다..
작은 경단처럼 빚는다고 즙을 모두 짜버리지 않는다..
적당히 물기 촉촉하게 빚어 냉동실에 보관하는데..
이렇게 얼려 두어도 서로 붙지 않고 쉽게 잘 녹는다..
쪽파 역시 냉동 실행이므로 씻어서 물기를 신경 써서 제거한다..
(참고로 대파가 들어가야 하는 음식과 쪽파가 들어가야 하는 음식이 있다면..
메밀소바는 꼭 쪽파를 쓰는 편인데 대파의 미끈한 느낌 때문인지 맛이 다르다..
쪽파는 유월쯤 씨알을 거둘 무렵 한 양재기쯤 밭 모투리에 묻어 두다시피 심어 놓으면..
한여름에 여러 음식에 요긴하게 사용된다..)
송송 썬 쪽파도 면포에 최대한의 물기를 제거해 통에 담는다..
그렇게 하면 냉동실에서 꺼내도 보송보송하게 떨어지고..
언파의 느낌이 별로 나지 않는다..
마른김 준비하기..
김은 꼭 불에 구워 소독(?)을 한다..
한여름에 김밥이 쉽게 쉬는 이유가 시금치가 들어 있어서가 아니라..
김 표면의 온갖 세균들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으니 믿거나 말거나~
적당히 구운 김을 길쭉하게 잘라서 이 역시 통에 담아 쟁여 두고..
이제 쯔유 만들기..
검색을 하면 백종원 레시피부터 쭈르륵~있는데 나는 요리 블로거가 아니므로 패쑤~ㅎ
일본요리책을 보면 쯔유는 가쓰오부시와 고등어포를 쓴다고 되어 있던데..
이곳에선 듣보잡 고등어포 통과~가다랑어+멸치+다시마를 쓴다..
....
남편과 일본 여행 중 위시리스트 1위였던 가쓰오부시 산다고~
일본 친구의 안내로 후쿠오카 어느 주택가를 뱅뱅 돌아 찾아갔던 가쓰오부시 전문판매점..
1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이 있고 질이 좋은 가쓰오부시만 취급하는 곳이라서 좀 비싸긴 했지만..
팔순이 넘은 주인 할머니가 대패로 밀어주던 가쓰오부시를 기십만원 어치 사 왔더랬다..
시댁과 친척, 지인들 선물로 농 갈라 주었고 아직도 야금야금 아껴 먹고 있다..ㅎ
일본 식자재를 만날 수 있는 대형 마트가 인근 소도시에 있어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기도 하지만..
그때 잔뜩 사 왔던 가쓰오부시만 한걸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다..
암튼 질 좋은 가쓰오부시를 쓰면 설탕을 때려 넣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렇게 만들어진 쯔유와 소바 부재료들..
이걸 냉동실에 넣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면 된다..(유리병에 들은 건 빼고~ㅋ)
라면을 끓이나~메밀면을 삶아 헹구나 시간은 비슷하니 초간단..
와사비를 챙겨 내면 끝~땡~
맛은 나름 본토의 맛~ㅋ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을 벗어날 날도 멀지 않았지만..
쯔유를 넉넉히 만들어 두었으니 당분간 불앞에서의 요리가 수월해질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