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행동
행동을 진전으로 착각하면 안된다.
그 사람은 항상 많은 걸 했다. 외면과 내면, 양쪽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 몸과 마음, 정신의 고양을 목표로 늘 분주했다. 그래서 늘 운동도 공부도일도, 특히 책과 음악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일등이었다. 외형적인 것에만 집착해 운동에만 몰두하는 사람들과, 내형적인 것만 옳다고 항상 책만 읽고 음악만 듣고 글만 쓰는 사람들과 달랐다. 그 사람은 진정 "성공"한 이들의 아우라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늘 그를 보면서 불편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이 이상했다. 저렇게 외면과 내면을 모두 힘쓰는 사람이라면, 더군다나 그 중요성을 알고 그 두 분야 모두에 힘쓰는 사람이라면 분명 그 사람에게서는(예를 들어 피아니스트 조성진같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같은) 편안함과 안정감과 자부심이 느껴져야 할텐데,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저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휘저었지만 그게 정확하게 무엇인지,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왜 이런 불편함이 발동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깨달았다.
'행동을 진전으로 착각하면 안된다'
저 사람은 그냥 미친 사람처럼 멈출 수 없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비 오는 날 머리에 꽃 꽂고 뛰어다니는 사람과 같았던 거다. 그 증거로 그 사람이 하는 모든 외향, 내향적 행동들은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없었고 서로를 발전시키는 지점도 없었다. 그 사람은 시간을 채우기 위해 그냥 시간을 때우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서는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집중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안정감과 평온함이 전혀 없었다. 아무 의미 없이 제자리에서 챗바퀴를 돌고 있는 자동차와 같았다. 하는 일은 많아도 그 어떤 것도 연결시키지 못하는. 자신의 그 무엇도 발전시키지 못하는. 그래서 저렇게 감정 조절을 못하는 거겠지. 늘 불안하고, 부정적이고, 불만만 가득한.
우리는 행동을 가장 중요한 것이라 여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나도 최고의 만트라는 나이키의 'just do it'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행동을 한다고 무조건 다 진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괄성 없는 무차별적인 행동은 무엇이 중요하고 그렇지 않은지를 구별할 힘을 주지 못한다.
혹자는 그래도 저런 많은 일들을, 외향적으로도 내향적으로도 이루고 노력했으니 무언가 얻어지는 게 있을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나도 그럴거라 생각했다. 자신을 발전시키는 일들은 넓고 얇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그러면서 깊어지는 일들 속에서 나오는 거라 나 역시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수많은 집중과 에너지가 쓰레기가 되어 버렸다.
그 이유가 무얼까도 생각해 봤다. 왜 저 사람은 외적인 부분과 내적인 부분, 이 모두의 중요성을 알고 그걸 모두 열심히 한 사람인데 저렇게 계속 자기 중심이 없는 사람이 되었을까. 왜 저렇게 모든 것이 결과물 없이 쓰레기가 되었을까 고민해 봤다.
최근에 알게 된 부분은, 그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을 몰랐다는 사실이다. 사방팔방 에너지를 낭비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할텐데 그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해서 결국 삶을 낭비했다.
도망 친 사람의 과정이자, 최후의 모습을 보았다.
행동을 진전으로 착각하면 안된다.
무언가를 많이 한다고 해서 그걸 발전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