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 부터 일기를 쓰다가 대학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쓰다 말다를 반복하다가 몇 년전부터 다시 진지하게 매일 쓰기 시작했는데, 그 횟수가 오늘로 2456일째다. 간단하게 운동 기록과 지출 내역만 쓸 때도 있고 그날 하루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장황하게 쓸 때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해야 할 일과 했던 일들에 대한 요약본이다.
재밌는 건 이 기록지만 봐도 내 컨디션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기분이 안 좋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기록이 아예 없다. 날짜를 쓴 것만으로 대단하다 느껴질 정도인데 왜냐하면, 아주 오래 전에는 아예 기록 자체를 안했기 때문에. 사람이 우울하면 책이나 영화는 커녕, 펜 하나 들고 무언가를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요즘은 아무리 힘들어도 날짜는 꼭 적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딱 안다. 오. 나 상태 안 좋은가 보네. 체크 좀 해야겠다 하고.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서 감사일기라는 걸 써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감사하다를 속으로, 말로 내뱉는 걸로는 무언가 부족한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