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일1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인 May 07. 2023

74. 요가

두 달간의 요가를 마치며

자신감과 자만심의 차이가 무엇인지 늘 궁금했다. 



인스타에 올라오는, 예쁘고 잘 생기고 멋지고 아름다운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왜 누군가의 사진은 기분이 좋아지고 누구는 그 반대일까 궁금했다. 요가는 나에게 그 차이를 알게 해 주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감과 자만심의 차이였다. 



두 달 만에 사람이 변할 수 있느냐,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라고 말할 것이다. 두 달 전의 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주저하는 사람이었다. 두려움이 가득하고 도망이 익숙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새해에는 더이상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요가는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도 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알고 있었다. 나는 그 말에 나의 새해를 걸고 싶었다. 



첫 날은 괴로웠다. 호기로운 다짐과 달리 처음 하는 일에 대한 불안감이 몰려왔다. 10년 전에 한 번 가고 다시는 가지 않았던 요가 수업의 악몽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 반에서 나는 유일하게 마르지 않고 연예인처럼 예쁘지도 않은, 다리 찢기가 안되는 수강생이었다. 무시받는 학생이기도 했다. 수업 내내 그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고 용기를 짜내어 질문을 했을 때는 귀찮음이 느껴졌다. 나는 같은 과거가 반복될까 두려웠다. 




여전히 나는 반에서 마르지도 않고 연예인처럼 예쁘지도 않고 다리 찢기가 안되는 수강생이었지만, 마음은 편안했다. 모든 선생님들은 수강생 개개인에게 맞는 자세를 알려주었고 도와주었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어떠했는지를 묻고 내가 질문하기도 전에 먼저 나에게 어떤 자세를 어떻게 하면 더 좋은지를 알려주었다. 그런 마음은 초심자에게 고양감과 함께 용기를 주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나는 요가 가는 날이 점점 더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늘 즐거웠고, 갔다온 날은 어지럽던 몸과 마음이 정리가 되었다. 나중에는 집에 가서도 혼자 요가를 하며 그날 배운 자세를 복기하기도 했다.  나의 몸과 마음과 정신이 달라지고 있는게 느껴졌다. 나는 많이 웃었다. 



두 달여 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정확히 알고 있다. 왜 인스타에 올라오는 수많은 예쁘고, 잘 생긴 사람들의 사진 속에서 누군가에게서는 호감이, 그리고 누군가에게서는 오직 반감만이 느껴지는지. 자신감과 자만심의 차이는 결국 '나'에게 집중하는 사람과 '너'에게만 집중하는 사람의 차이였고, '난 이걸 잘해, 우리 같이 해볼래?'와 '난 이걸 잘해, 넌 이거 못하지?'가 풍기는 에너지의 차이였다. 전자는 따뜻한 단단함을, 후자는 유혹적인 모습에 가려진 불안감뿐이었다. 



지난 두 달은 나에게 도망치지 않았다는 소중한 경험과 함께 내가 그토록 원했던 따뜻한 단단함에 한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행복하고 즐거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73. 샤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