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주휴수당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i)

그리고 결국 오늘 나는 울고 말았다.

by 지인

오늘 나를 울린건 일일 수당도 주휴수당도 아니었다.


모자 모양에 따라 달라지는 4가지 계급 - 비닐 머리 덮개 - 하얀 빵모자 - 핑크 창에 하얀 빵모자 - 핑크 빵모자 - 에서 오는 괴이함도 아니었다. 핑크 창이 있는 하얀 빵모자 조장과 핑크색 빵모자 반장의 닦달도 아니었고, 그 조직 안에서 가장 밑바닥인 하얀색 빵모자가 빵모자조차 없는 일일 알바인 비닐 머리 덮개들에게 가장 이래라 저래라 처음부터 끝까지 반말로 뭐라 뭐라 해서도 아니었다. 공장에서 일일 알바들 관리를 하는, 소장 앞에 앉아 있는 스물 중반으로 보이는 여직원이 만나자마자 지르는 소리와 일일 알바들을 향한 개무시에도 (안에 후드티를 입고 작업복을 입어도 되나요? 반팔만 입어도 되나요?하는 질문에 손을 휘휘 저으며 가세요 가세요 빨리 가세요!!!!, 30명이 넘는 인원이 문 한쪽만한 복도로 동시에 들어가니 탈의실 설명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어서 신발과 짐을 어디다 넣어야 되는지 알수가 없어 조금 헤맸는데 처음에는 신발장 아무데나 열고 넣으라더니 바로 왜 아무거나 열어요 아무거나 여는 거 아니에요!!!!라고 소리지르고, 탈의실 안에서는 왜 내가 하는 말을 안듣고 아무거나 열어 여기 열었잖아 여기 넣어 아무거나 열지 말아요!!! 열지 마!!!라고 계속 소리를 지르는 것도, 핸드폰을 절대 상의 앞주머니에 넣지 말고 바지 작업복 뒷주머니에 넣으라는데 이 무슨 운명인지 내 작업복 바지에는 뒷주머니가 없어서 결국 락커 키가 없는 탈의실에 그냥 두기도, 그렇다고 상의 앞주머니에 넣을 수도 없고 바지에는 아예 넣을 수가 없어 당황해하고 있으니 핸드폰 맡겨요, 핸드폰 맡길거에요? 핸드폰 맡겨요! 라고 해서 맡겼더니 받자마자 떨어뜨려서 커버가 없었다면 또 액정이 개박살났을터라 내가 그거 수리한지 얼마 안된거에요, 라고 말하니 파하! 하고 이 어린 것이 대놓고 비웃고 웃는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분노가 하루종일 일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렇게 타인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은, 나 자신도 그런 적이 있어서 더 잘 알지만, 보통 이유가 2가지 중 하나라는 걸 아니까. 하나. 스트레스 너무 받는데 풀 곳이 없어서 가장 만만한 사람들에게 푸는 사람들. 일명 불행하고 불안한 병신들. 둘. 자기 직업에 대해 프라이드가 없는 사람들.


위에 언급한 사람들 중 인신 공격성으로 계속해서 반말과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은 일일 알바들을 제외하고 여기서 직급이 가장 낮은 하얀 빵모자 사람들이었고, 첫날 신분증과 통장을 제출할 때 만났던 일일 알바 관리 여직원이었다. 오히려 50대나 60대로 보이는 소장이나 다른 조장이나 반장들은 좋았다. ...아마도 너, 무슨 일 하니, 할 때 공장에서 일일 알바들 관리하는 일 해요, 하는 게 무척 자존심 상하는 모양이지. 아마도 너, 무슨 일 하니, 할 때 공장에서 화장품 포장 일 해요, 하는 게 창피한 모양이지.


그래서 나는 당연히 처음 봤고 앞으로도 볼일이 거의 없는데 대놓고 소리 지르고 반말하는 사람들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런 쪼다들은 어느 조직이나 있고 또 나 역시 한때 그런 쪼다이자 병신이었기 때문에 불쾌해도 그 불쾌함에서 내 하루를 망치는 멍청한 짓은 더이상 되풀이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단순 노동에 너무나도 행복해서 희열이 느껴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아무 생각도 안하니까 왜 이리 좋던지. 이렇게라면 계속 일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결국 오늘,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펑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