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주휴수당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ii)

그리고 결국 오늘 나는 울고 말았다.

by 지인

그런데 결국 오늘,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펑펑.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남자와 헤어져 혼자 멍하니 서 있던 새벽의 그 베를린 광장에서도, 그리고 돌아오던 공항에서도 눈물이 나지 않았었다. 회사를 그만 두고 귀국했을 때도, 그렇게 원하고 힘들게 갖게 된, 일평생의 꿈을 이룬 곳이었는데도 - 눈물은 전혀 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어제 나를 바라보는, 같은 비닐 머리 덮개 일일 알바들의, 그 예쁜 20살, 21살 여자아이들이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들이 계속 머리에 떠나지 않더니 결국 눈물이 나고 말았다.



그 눈빛은 '내가 저 나이에도 이 일을 하고 있으면 어쩌지'하는 눈동자였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레이가 고철을 수거하고 세척을 하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자신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꼬부랑 할머니를 보고 있던 그 눈동자와 같은 눈빛이었다. 내가 저 나이에도 이 일을 하고 있으면 어쩌지.



나는 나를 그렇게 바라보는 눈동자는 처음 보았다.




...며칠 전에, 블로그에서 예전에 내가 쓴 농촌 일자리 경험 글들을 보고 어떤 분이 내가 '대인배이고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라고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갑자기 그 글이 떠오르면서 결국 오늘 아침부터 오후 내내 펑펑 울고 말았다. 아 왜. 내가 어디가 대인배이고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입니까. 나 두부 멘탈이에요. 내가 정말 대인배이자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라면 그때 그 자리에서 나왔을까요. 한국에 돌아왔을까요. 학창 시절도 더 잘 보내지 않았을까요. 친척들의 부러움 섞인 조롱과 공격 섞인 콤플레스들에도 잘 대처하지 않았을까요. 가족들하고도 더 확실하게 의사 표현하며 잘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요. 사랑도 우정도 이렇게 끝나지는 않지 않았을까요. 아는 사람들 나온다고 뉴스도 무섭다며 안 보는 내가 어디가 대인배이고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인가요. 내가 그랬다면 내가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나한테 그런 말을 했을까요. 부모가 나를 그렇게 대했을까요. 동생이 그렇게 했을까요. 사랑이 그렇게 떠났을까요.



그래서 하루종일 울고 울고 울고. 전생애를 우는 것 같았다.







...눈알이 빠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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