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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있는 너를, 그 눈에 비친 나를

진짜 사랑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Eleven>


4세대 걸그룹의 일원으로서 단군 이래 최고의 걸그룹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그룹 중 하나인 아이브, ‘아이브’의 성공 요인 꼽자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멤버들의 수려한 외모와 수준 높은 퍼포먼스와 같은 것들은 당연히 그들의 성공에 기여했겠지만, 대표적인 레드오션인 냉정한 아이돌 시장에서 이와 같은 뻔한 강점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어떤 시장에서든 나만 가지고 있는 장점, 다른 모두에게서 찾을 수 없는 나만의 셀링 포인트가 있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브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물론 아이브는 많은 점에서 특장점을 갖지만, 오늘 우리가 주목해 볼 것은 아이브만의 세계관이 구축하고 있는 독창적인 ‘메시지’이다. 아이브는 데뷔곡에서부터 아주 특이한 메시지를 들고 나왔다. 그것은 바로 ‘자기애’, ‘자존감’이다. 


잠깐, 방금 우리는 분명히 아이브만 갖고 있는 특장점을 살펴보기로 하지 않았는가? 자기애와 자존감을 노래하는 가사들은 꽤 많았지 않은가? 하지만, 게시글을 끝까지 읽어보면, 아이브만의 ‘자기애’가 가지는 특별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아이브만의 특별함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다른 노래들의 가사에서 발견되는 ‘자기애’가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아이브 이전의 음악에서 다뤄지는 자기애는 주로 ‘독립성’과 동일한 것으로 여겨지곤 했다. 나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주는 사랑에 의존하지 않고, 남들의 시선 따위에 눈치 보지도 않는 독립된 인간인 ‘나’를 사랑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로 던져지는 ‘자기애’의 표상인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담은 대표적인 곡으로 제니의 <Solo>를 들 수 있겠다.


‘… 빛이 나는 솔로

 … 홀로 인 게 좋아, 난 나다워야 하니까…’ -제니, <Solo>


그러나 아이브의 ‘자기애’는 다르다. 아이브는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서 ‘홀로’가 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아이브의 ‘자기애’는 분명히 ‘타인과의 사랑’에 의하여 완성되는 사랑의 형태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곧,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라는 점을 놓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수동적인 여성상과는 거리가 멀다. Eleven의 가사를 살펴보자.


“따분한 나의 눈빛이 무표정했던 얼굴이

널 보며 빛나고 있어 널 담은 눈동자는 odd…’ -아이브, <Eleven>


가사 속의 화자는 명백히 ‘혼자’가 아니다. 가사에는 ‘나’도 있고, ‘너’도 있다. 그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고, 또 사랑받고 있다.                


“… 내 입술을 간지럽힌 낯선 그 이름 난 몰랐어 내 맘이 이리 다채로운지

… 잘 봐 one, two, three, four, five, six, seven, You make me feel like eleven…” -아이브, <Eleven>


화자는 그를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맘의 진정한 색채를 깨닫고 있으며, 사랑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 가사 ‘You make me feel like eleven’은 영어의 신조어이기 때문에, 익숙지 않다면 그 의미를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우나, 쉽게 생각하자면 10점 만점에 11점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너’는 ‘나’를 10점 만점에 11점 가치의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들어 준다는 의미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사랑의 종착점은 타인인 ‘너’가 아니다. 만일 그러했다면, 아이브의 가사 역시 뻔한 사랑 노래 가사들처럼 ‘너 아니면 난 안돼’ 따위의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사랑에 불과하게 되었을 것이다. 가사 속 화자는 타인에게 사랑받음을 통해서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에 이른다.


 “… 내 앞에 있는 너를, 그 눈에 비친 나를

사랑하게 됐거든…” -아이브, <Eleven>


화자가 경험한 인격적 성장, 즉, 스스로에 대하여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된 것과, 또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이라고 평가하게 되는 것 등은 분명히 다른 사람의 덕분임은 명백해 보인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그 타인에 대한 집착이나 의존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는 사랑이 가져다준 인격적 성장의 결과 오히려 그의 눈 속에 비친 ‘나’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결과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아이브의 이런 메시지는 기존의 ‘자기애’를 외치던 가사들이 놓치고 있는 허점을 명확하게 짚어낸다. 물론,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타인이 선심 쓰듯 베푸는 사랑에 집착하고 의지하는 것도 절대로 건강한 사랑의 모습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물론 인간은 ‘홀로’ 살아갈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사람은 영원히 홀로 살 수는 없다. 가장 건강한 사랑의 모습은, 나를 사랑하는 만큼 상대를 사랑하고, 또 상대가 준 사랑을 근거로 더욱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선순환일 것이다.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해 낸 것과, 이를 전달하는 아이브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이 그룹의 특별함이라고 생각한다.]


Editor. 류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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