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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준 변호사 Aug 07. 2020

사실혼 부부에게 인정되는 권리들

[부부의 세계, 이혼의 세계 제2편]


"변호사님. 저희가 3년 전에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도 다녀왔는데요.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어요. 최근에 남편이 바람을 핀 사실을 알고 이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서  별도의 이혼절차는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데요. 그러면 재산분할청구도 할 수 없는 건가요?"



위 의뢰인과 같이 최근 들어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왔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는 커플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부부로서 생활을 하는 경우를 '사실혼'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률혼주의를 채택하여 혼인신고라는 명시적인 방법으로 부부관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혼 상태의 부부에게는 법률혼에서 인정되는 권리와 의무가 일부 제한됩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사실혼 부부에게 어떠한 권리와 의무가 인정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실혼의 성립요건: 부부간의 혼인에 대한 의사가 합치되고 부부공동생활로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어야 사실혼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법률혼에서는 혼인신고가 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로 두 사람이 법률상 부부라는 점이 인정되지만, 사실혼에서는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별도의 입증자료를 제시하여 인정받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대법원에서는 ①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②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에 사실혼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두 사람이 결혼식을 하고 한 집에 주민등록을 하여 함께 살고 있는 경우'라면 사실혼 관계로 쉽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결혼식 사진, 주민등록등본, 양가 부모님이나 두 사람을 잘 아는 지인들의 사실확인서 등을 법원에 입증자료로 제출하면 됩니다.


그러나 주민등록과 같이 두 사람이 한 집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는 자료가 없는 경우에는 사실혼의 요건인 '부부공동생활'을 입증하는 것이 조금은 번거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두 사람이 결혼식을 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결혼식 사진, 웨딩홀 계약서 그리고 일방 사실혼 배우자가 주기적으로 생활비를 입금하여 공동으로 생활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계좌이체내역 등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2. 사실혼의 효과: 사실혼에서는 부부공동생활을 전제로 한 권리와 의무만 인정됩니다.


혼인신고를 기초로 한 법률혼 관계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혼인중 출생자로 인정되는 등 친족관계에 관한 법적 효력이 있으며 중혼이 명시적으로 금지되고 일방배우자의 사망시 자동으로 생존 배우자에게 상속이 이루어지는 등의 법적권리와 의무가 인정됩니다.


하지만 사실혼 관계에서는 위와 같이 신고를 전제로한 한 권리와 의무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실혼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혼인외의 자'가 됩니다. 이러한 자녀는 법적으로 혼인중 출생자가 되지 못하므로 엄마의 성과 본을 따르고 엄마의 친권에 복종하게 됩니다. 또한, 사실혼 관계에서 상대가 사망하더라도 그의 재산이 배우자에게 자동적으로 상속이 되지 않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법적인 친족관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그 재산은 일반적으로 사망한 상대 배우자의 법적인 1순위 상속권자인 부모에게 상속됩니다.


하지만 사실혼 관계에서도 두 사람의 부부공동생활을 하였다는 사실을 기초로 인정되는 재산분할청구권(민법 제839조의 2), 일상가사대리권 등의 권리는 법률혼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정됩니다. 따라서 사실혼 당사자들이 사실혼 관계를 해소한 경우, 부부가 함께 모은 재산에 대해서 서로 분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하에서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3. 사실혼 관계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


법률혼 관계인 경우에는 이혼이라는 정식절차를 거쳐야 혼인관계가 종료되지만 실혼 관계에서는 연애와 마찬가지로 사실혼 당사자 상호간에 부부관계를 끝내기로 합의하는 것으로써 사실혼 관계가 해소됩니다. 혼인신고에 다른 법적인 부부관계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연애와 마찬가지로 서로 이별을 통보하고 더 이상 함께 살지 않겠다고 합의하면 충분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 해소에 반드시 '두 사람의 합의'까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일방적인의사로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에 있던 일방 당사자가 의식불명이 되자 다른 일방이 의식불명이 된 당사자에게 사실혼 관계가 해소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재산분할을 청구한 사안에서 이 두사람의 사실혼 관계는 사실혼 관계의 종료를 주장하는 일방의 의사에 의하여 해소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재산분할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9. 2. 9.자 2008스105 결정).


이렇게 사실혼 관계가 쌍방의 합의 또는 일방의 의사로 해소된 경우에는 부동산 및 예금 등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에 대한 분할을 해야합니다. 앞서 설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실혼 부부에게도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부부가 공동으로 재산을 형성하고, 재산의 유지·증식에 기여했다면 그 재산은 부부의 공동소유로 보아 사실혼이 해소되는 경우에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며 확실한 판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5. 3. 10. 94므1379, 1386 판결). 재산분할은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정리하여 두 사람의 재산적 관계를 정리하는 절차이므로 위자료와 달리 사실혼 해소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4. 사실혼 관계 파탄에 대한 책임, 위자료청구권


만약 사실혼 관계가 상대 배우자의 외도로 인하여 파탄이 되었다면, 외도를 하지 않은 배우자는 외도를 한 상대 배우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민법 제750조 및 제751조에 의해 인정되는 손해배상청구권으로서 정당한 사유 없이 외도 등으로 일방적으로 사실혼을 파기한 배우자가 그 상대 배우자의 사실혼 파기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당사자 간에 위자료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합의한 금액을 위자료로 지급하면 되고, 부부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원에 그 배상을 청구하면 됩니다. 구체적으로 사안에 따라 위자료의 액수가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는 1000만원에서 2000만원 사이의 범위에서 위자료가 인정되고 있습니다. 만약 사실혼 관계 파탄에 배우자가 아닌 제3자(배우자의 외도 상대방 등)의 책임이 있다면 그 제3자에 대해서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주저하기 보다는 신속하게 변호사와 상담하여 구체적인 권리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자신에 상황에 맞게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사실혼 관계에서 인정되는 권리와 의무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다시 앞부분에서 언급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이 외도를 한 부부의 사례로 돌아가면, 아내는 외도를 한 남편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고 동시에 사실혼 관계 파탄에 따른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주변을 보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유책배우자에 대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청구를 주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때 속앓이만 하기보다는 주변의 가까운 변호사와 상담을 통하여 구체적인 권리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적절한 조력을 받아 절차를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행복한 일상을 유지하는 法,

히어로(Here, law) 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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