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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kiim Oct 18. 2016

With or Without you

제목 보고 낚였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사촌오빠가 결혼을 했다. 내가 족보 숱하게 꼬이게 하는 빠른 생일자인지라 사촌오빠는 나랑 같은 학년이고 실제 개월 수는 오빠가 3월생이고 내가 2월생인지라 거의 1년 정도의 차이가 난다. 같은 학년인데 언니, 오빠 부르는 게 불편하다며 투닥거리는 사촌지간이 많다는데 그냥 어릴 때부터 오빠라고 불러서 괜찮다. 나이가 서른이 넘어가자 대학 동기들에게도 그간 언니/오빠들 막 대해서 미안했다며 언니/오빠라 부르기로 했다.


서론이 쓸데없이 길었다. 사촌오빠가 신혼여행지에서 무심하게 페이스북에 체크인을 했는데, 하필이면 버거킹이었다. 이탈리아 베니스까지 가서 버거킹이라니, 그렇게 맛있는 게 천지삐까리라는데 어인 일로 버거킹이냐고 댓글을 달다가, 그러고 보니 나는 페루 쿠스코에 가서 KFC에 갔다. 그렇게 한 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이 베니스 버거킹 두 단어에 마구 소환되었다.



쿠스코에 거의 열흘 가까이 있었기에 산페드로 시장에서 우리나라 돈으로 1500원쯤 하는 밥(볶음밥에 감자튀김, 계란 프라이가 얹혀 나옴)도 사 먹었고 갖은 뽀요(pollo 닭) 요리, 감자(papa) 요리와 빨타(palta?? 여하튼 아보카도)등등에 가이드북에 나온 일식당도 가고 한식당 사랑채는 남미 여행 말미여서 이기도 했고 (한식 크러시가 온다.) 한인민박 사랑채에 묵기도 해서 하루는 그 식당 한켠에서 현지인 종업원들과 냅킨을 접고 앉아 있었다.


왠지 다국적 프랜차이즈를 가면 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으나, 볼리비아 코파카바나에서 만난 여행자분이 세상에 그렇게 맛있고 바삭한 치킨 버거를 먹어 본 적이 없다며 (이 분 나만큼 여기저기 먹고 다니시는 분은 아닌 듯;;) 쿠스코에 가면 꼭 KFC에 가라고 한 게 기억이 나서 아르마스 광장에서 멍 때리고 있으면서 애써 외면했던 KFC에 입성했다.

 

우리나라의 메뉴와 살짝 다르지만 이 어마 무시한 표준화된 스타일은 엄청나게 익숙하다.  메뉴를 표시하는 방법, 유니폼, 팩키징, 주문방식, 음식을 받고 계산하고, 자리를 잡고 먹고 치우고 나가는 일련의 활동들이 너무나 편안한 것도 사실이다. 남미 여행을 하면서 숱하게 papa(감자)를 먹어댔기에 저 감자튀김이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평소에도 세트메뉴를 시키면 감자튀김을 코올슬로로 바꿔서 먹기에 어떻게 하면 저 감자를 코올슬로로 바꿔먹을 수 있을지 스페인어무식자인 나는 영원 같은 찰나를 고민하였더란다.


그러다 전광석화까지는 아니고 번뜩이며 스쳐 지나간 표현

agua(물)를 사거나 주문할 때 con gas(with gas, 탄산이 있는)냐 sin gas(without gas, 탄산이 없는)냐를 확인하던 일들이 생각났다.

고기는 꼰 김치지 하며 희귀한 김치를 건네주던 El Calafate 숙소의 언니도 생각이 났다.

Con은 with ~와 함께

Sin은 without ~없이


그리하야 나는 우나 암보르게사 씽(씬) 파파, 꼰(콩) 엔살라다 뽀르 빠보르 Sin papa Con Ensala, por favor.로 주문을 했고 원하던 콤보메뉴를 완성했다.



궁즉통, 궁하면 통하는 법

이걸 쓰려는 동안 U2의 With or without you가 떠올라 제목을 저렇게 지었다.

낚인 기분이 든다면 아래 링크를 따라가서 감상하시면 됨.

 https://youtu.be/XmSdTa9kaiQ

U2, With or Withou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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