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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군 군번줄 Sep 29. 2022

대한민국 여군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1위

여군이 된 이유

왜 여군이 되셨어요? 아버지가 군인이세요?? 군인이 된 이후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하지만 가장 대답을 못해서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숭고한 대답을 하기에는 분위기를 너무 무겁게 만드는 것같고, 그렇다고 쉽고 우습게 답해버리면 내 일을 쉽게 생각해버릴까봐. 흔히 할 수 있는 대답인 아버지가 군인이셔서요. 라는 대답이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질문에 대답을 생각한지 어느덧 4년이 된 나는 여군 장교이다.

태양의 후예 드라마에 나온 여군 장교의 모습.


4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 나름 몸부림을 쳤었다. 첫 훈련을 했던 후보생(장교가 되기 전에 대학생 때의 신분) 때는 '나는 왜 여군이 되고 싶을까?' 혼자서 고민도 몇 시간씩 했다. 그러다 답을 찾지 못할 때면 "국가에 희생하고 나라를 위해 싸우고 싶어서요". 면접에서나 할 법한 대답으로 자리를 모면하기도 했다. 또는 유행했던 태양의 후예 드라마 속 대사를 따라 하며 "누군가는 군인이 돼야 하니까요." 라고 답했다. 오글거리지만 혼자서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뿌듯해하며 그런 군인이 되어야지. 다짐했다.


그리고 2년차에는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보다는 "과연 나한테 맞기는 한 걸까?"라는 생각에 스스로 질문을 되네 곤 했다. 공감능력 200%였던 나는 소대장 일 때, 전역하는 용사들을 보내기 아쉬워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힘들다는 소대원이 있으면 야근은 신경 쓰지 않고 몇 시간 씩 상담하고 웃으면서 나가는 모습을 보고 뿌듯해했던 나였다. 하지만 내가 되고 싶은 장교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 질문은 나에게 무거운 바위처럼 느껴져 고민에 빠지게 했다.


그렇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으로, 요즘은 이렇게 답한다. "그러게요. 대학 때 ROTC를 하는 선배의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시작했던 것이 지금까지 하고 있네요. 앞으로도 더할 것 같아요."라고 답한다. 제복 입고 등하교하시는 선배님들의 각 잡힌 검정 베레모가 멋있고,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한 007 가방이 신기했다. 그리고 여군 후보생을 모집한다는 문구를 보고 부모님께 사진 찍어서 보여드렸더니 좋아하시는 모습이 좋아서 착한 딸이 되고 싶어서였기도 했다. 하지만 하다 보니, 지금은 군인으로서의 내가 좋아서 하고 있다.

솔직히, 왜 여군이 되셨어요?라는 질문의 답은 아직 모르겠다. 많이 듣는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진 않을 거다. 왜라는 질문보다는 어떤 군인이 되고 싶다.라는 대답을 찾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니까. 어떤 군인이 되고 싶다.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면, 왜, 라는 질문에도 답변이 될 것이다. 오늘 하루도 꾸준히 잘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이 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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