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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군 군번줄 Dec 21. 2022

이게 제 일인가요?

일 해주고도 기분나빴던 하루.

일 하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 일이 아닌데, 해주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한다고 티도 안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시간은 또 엄청 많이 걸렸다. 그런데 막상 이 일의 주인은 본인 일인지도 모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고마워하지도 않는 것같았다. 우리과장님께서 지시하신 일이니까. 하고는 있는데... 일을 하면서 온갖 잡생각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그래도!!! '작은 규모인 대대에서, 니꺼, 내꺼라고! 일을 구분하는 것은 아니지~' 라고 생각하면서 참고, '어차피 한다고 한거 제대로 해서 주자. 그냥 잘 해서 주자.' 라고 생각하면서 점심시간도 쉬지 않고 마무리 해서 줬다. 그런데 더 속상한 건 여기서 였다. 그 일의 주인이, 똑같은 일을 본인이 아는 더 쉬운 방식으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


"엥?"


나 왜 오전 내내.. 이거 하고 있었던 거야??? 나는 일이 없어서 대신 해주고 있었나?? '해당 부서는 항상 바쁘니까~ 좀 덜 바쁜 내가 해서 주자.' 라는 생각 때문에 해줬던건데.. 그걸 보는 순간. 너무 어이가 없고, 속상하고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나를 더 속상하게 하고 황당하게 한 건 옆에 있는 해당 부서의 과장인 후배였다.

우리 과장님이 계실 때, 같이 업무 협조를 했고, 지시를 받았는데 모른다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이걸 해준다는 건지 몰랐다~" 그리고 "해당 부서원이 이걸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는 눈치.


후.. 그럼 아까는 무슨 대화를 했던 거지..?


내가 한 일을 주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과장님께 최종 보고를 드렸고 과장님께서는 더블 체크니까. 서로 잘 확인할 수 있을거야... 라고 답하셨다. 더블.. 이라기에는 너무 많은 종이와 시간이 낭비된 것같아서 속상했다.

니꺼. 내꺼. 선 긋는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아는데, 손해 보기 싫다는 마음은 군인으로서는 절대 가지면 안되는 마음인 거 아는데... 아직 군인 초보라서 그런지 갈피를 잡지 못해서 힘들었던 하루였다.


이미 퇴근한 지금도. 부대에서의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이 사그라들지 않아서, 일찍 잠들려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글로 쏟아낸 내 감정들. 쏟아내고 보니 달리 보이는 것들을 몇 가지 끄적여보았다. 날 힘들 게 했던 것은 후배의 표정도 있었겠지만, 결국 나 자신이지 않았을까? 내가 좀 더 여유있는 상태였다면 나은 방식으로 이야기하면서 해결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기분이 나쁘기 전에, 옹졸해지기 전에 물어보자. "이걸 이렇게 해서 주려고 하는데, 그러면 도움이 될까?" 라고. 그리고 가장 부끄러웠던!! 해주기 싫어서 완벽하게 해주지는 않고, 2프로 부족하게 해줬던 결과물에서 해주고도 했다고 티 못내는 것이. 나 스스로를 마이너스로 만든 모습이지 않았나. 여유를 가지고. 넓게 보고. 순간 나의 감정을 가라앉히는 방법을 알자.


물렁물렁한 군번줄인 필자는 아직 찾지 못했는데~ 본인만의 추천해줄만한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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