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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군 군번줄 Jan 15. 2024

여군 언니가 여경 동생을 이해하기 위해 읽는 책

오늘 시험 승진에 떨어졌다는 동생이 전화가 왔다.

13시 26분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래~ 고생했어!"라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동생은 속상함을 애써 웃음으로 가리면서 "언니, 나 승진 떨어졌어! 도저히 승진했을 것이라고 비벼볼 점수가 아니야~"라고 했다. 그간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속상했지만, 동생이 더 속상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니 해줄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았다. 웃으며 전화 온 동생에게 "끝났으니까 얼른 서울 올라와서 언니랑 놀자!"라는 대답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여경인 동생을 이해하기 위해 읽고 있는 책을 꺼내 들었다. ""오늘도 출근하는 김순경에게" 10년 차 이재형 경찰관이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하는 멘토가 되고 싶어서 쓴 책이다. 경찰로서 경험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경찰에 대한 작가의 느낀 점, 경찰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까지. 책을 읽다 보니 곳곳에 그간 전화너머 동생에게 들었던 경찰로서의 삶에 대한 내용들과 겹치는 이야기도 있었다.

첫 번째는 현장의 최전선에 나가있는 지구대 경찰관으로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한 내용이다. 경찰은 업무 중에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일반적인 사고와 언행을 하는 사람과 대화를 한다면 다행이겠지만 경찰은 그렇지 않은 주취자들을 현장에서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당시 동생은 여성 주취자가 있다는 내용을 듣고 출동을 했다. 여성 주취자에게 남경들이 접촉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여동생은 여성 주취자와 대화를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동생을 여경이라는 이유로 무시했다. 심지어는 욕설까지 하면서 동생에게 모욕을 줬다. 현장은 잘 마무리하고 들어왔지만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는 동생은 한동안 기운이 빠지고 허무해지는 것을 느꼈다.

여경이 아닌 경찰로서 인정받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현장에서 무시를 당하니 너무 화가 났다. 주취자이니 깊게 생각하지 말자고 마음먹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그때 도움을 준 것이 옆에 있던 선배였다.

"넌 경찰로서 잘 대응했고 절차대로 처리를 잘했어. 하지만 주취자가 그렇게 말한 것은 분명 널 기분 나쁘게 했을 거야. 아깐 너무 속상했지? 이런 일을 겪는 일이 앞으로도 많을 거야. 하지만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야. 원한다면 공무집행방해죄도 같이 해서 그 주취자를 처벌해 줄게."

그 당시 동생은 처음 겪었던 터이기도 했고 처벌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처벌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계속 머릿속에 아른거렸고 다음에는 그런 일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당하고만은 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도 선배가 먼저 물어봐주고 적절한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었다니 좋은 선배들과 함께 업무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둘째는 오늘 동생에게 전화받은 내용인 승진. 경찰에는 근속승진, 특별승진, 심사승진, 시험승진 등 네 가지 승진 제도가 있다고 한다. 우리 군인도 다양한 진급제도와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나름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찰의 승진제도에 대해서 들으니 승진 경로가 다양하고 여러 방법으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 근속승진 : 일정 근무 연수가 지나면 자동으로 진급하는 제도
* 특별승진 : 범인 검거 등 특별한 공적을 통해 승진하는 제도다
* 심사승진 : 매년 근무평정 상위 직원 중에서 선발을 통해 승진시키는 제도
* 시험승진 : 시험 점수와 근무성적을 합해 점수로 환산해 승진시키는 제도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격하게 공감이 간 내용이 있다.
"승진은 조직생활에서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승진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집중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후배들에게 승진공부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승진과목은 우리 경찰 실 무에 필요한 내용이 많아 업무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승진도 하고 실무에도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필요가 없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으니 너무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그것을 이루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공부하면서 견뎌내었던 순간들. 새로 배웠던 것들. 일과 공부 두 가지 모두를 해내기 위해서 그 순간 내가 있는 자리에서 더 열심히 했던 시간들. 이것은 어딜 가도 살 수 없는 경험이다. 이런 경험이 쌓여 우리는 더 나은 경찰이 되고 더 훌륭한 군인이 될 것이라 믿는다.

여동생을 이해하기 위해서 경찰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의도치 않게 나도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누구든 자기 일이 가장 어렵다고 하고, 내가 일하는 부대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저마다 쉬운 일이 없고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오늘도 출근하는 김순경, 김하사, 김소위. 지금은 힘들지라도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이 순간은 위로가 되지 않을지라도 후에 보면 그런 순간과 나를 혼내준 사람에게 감사한 때가 오지 않을까. 오늘도 나를 혼내준 선배님. 감.. 사..합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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