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말 할 자격이 있을까? 하루에 10번 이상 마음속으로 되네이는 말이다. 후배의 부족한 모습을 보았을 때,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내가 그 말 할 자격이 있을까?" 마음속으로 대답한다. '아니, 없는 것같아.' 그래서 나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목소리를 한 톤 낮추어 이야기한다. "000야,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을 것같아."
오늘 아침 회의 때였다. 4년차가 되니 업무보고에 있어서 눈치가 조금 생기고 있다. 아직까지 예측하는 업무를 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한 번 강조하셨던 것에 대해서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 후배가 대대장님께서 강조하신 일에 대해 실수를 번복했다. "아침회의는 업무보고를 하는 시간이 아니라, 시간 계획에서 변동되는 핵심만 보고해!!" 예를 들면, 전 날 있었던 결산 내용 중에서 크게 변화되는 것이나 대대장님의 시간계획에서 수정된 정도이다. 그런데 후배가 아침회의 시간에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순간 나는 동공지진이 나고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했다. "헐! 아침 회의 전에 보고 내용 한 번 물어보고 회의 들어올 걸" 후회와 대대장님 눈치를 보며, 후배에게 눈치를 계속 주었다. 하지만, 신이나서 업무보고를 하는 후배는 내 눈치를 보지 못한 듯 했다.
다행히도 대대장님께서는 크게 꾸짖지 않으셨고 아쉽다는 표정으로 "알겠다."는 정적 목소리와 함께 회의가 끝이 났다. 나는 속상하고 화가 나서 후배에게 다가갔다.
"00야!"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 스쳐지나간 문장! "너, 그 말 할 자격있어?" 나도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기에 아직까지 확실히 "응!" 이라는 대답을 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이야기했다.
"000야, 오늘 보고드린 내용은 시간 계획에서 크게 변동되는 내용이었을까? 어제 대대장님께서 강조하신 부분이 뭐였는지 기억나?"
그제서야 후배는 내 말을 이해한 듯 했다. 전달은 해주었지만 '앞으로 회의 전에 내가 한 번 더 물어보고 확인하고 물어볼게.' 다짐하며 대화는 끝이났다. 나도 못하는데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알려주겠냐.. 내가 먼저 잘하고 모범을 보이는 것이 좋은 선배가 되는 모습일 것이다.
이제 갖 임관한 후배가 들어온다고, 조금 안다고 주름잡고 있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매일 생각한다. 말하고 싶을 땐, 입을 닫자. 그리고 크게 숨을 한 번 쉬자. "나는 그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군대라는 집단에서 감성주의 F의 성향이 쓴소리 한 번 쉽게 하지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긴 하지만, 내 감정을 다스리고 정제된 표현으로 말하는 것이 또 하나의 리더쉽인 것이라고 생각하며 타산지석이라는 마음으로 생각한다. 내가 실수하는 부분은 없는지, 나도 모르게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