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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렙백수 윤준혁 Jul 01. 2019

학문의 신이 된 '요시다 쇼인'

요시다 쇼인 그리고 쇼카손주쿠

학문의 신으로도 여겨지는 요시다 쇼인


  '요시다 쇼인'과 '쇼카손주쿠' 수개월 전부터 제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인물이자 그가 꾸렸던 한 학교의 이름입니다. 어릴 적 할아버지의 서재 한켠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 여러 막부의 이름 들 중 메이지 시대에 대한 책에서 만난 적이 있는 일본인 요시다 쇼인... 한국에서 그나마 요시다 쇼인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토 히로부미'의 스승이자 『유수 록』이라는 저서를 통해 '한반도를 정벌해야 한다.'라는 '정한론'을 집대성하고 '일본을 중심으로 서양에 맞서야 한다.'는 '대동아공영론'의 창시자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일본 총리인 아베 신조가 정신적 지주로 여기며 요시다 쇼인의 가르침을 좌우명으로 삼으며 정치하고 있고, 매번 우리나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가 본래 이름 '쇼콘사(招魂社)'로 그곳에서 의미 있게 기리는 인물 중 하나가 '요시다 쇼인'이기도 합니다. 또한 영화로도 재조명되었던 '군함도'와 함께 유네스코에 일본의 근대산업유산으로 함께 등재되었던 요시다 쇼인의 학교 쇼카손주쿠가 당시 조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많은 일본의 우익들을 길러낸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요시다 쇼인의 묘역에 참배하는 아베 신조

 아베 총리가 집권하고 난 뒤 아베 정권은 이상하리만큼 '요시다 쇼인'의 흔적을 기리기 위한 행보를 보입니다. 하기성(萩城) 안의 거리, 금속 용광로, 조선소 터, 제철유적 4곳과 쇼카손주쿠까지 총 5개의 유적을 하나로 묶어 일본 근대 산업화 유산이라는 명분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은 물론이고, 요시다 쇼인에 대한 여러 가지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하기시(市) 전체가 행사, 음식, 기념품 등으로 요시다 쇼인을 기리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 본인도 요시다 쇼인에 대한 광(狂)적인 관심을 쏟아냅니다. 요시다 쇼인의 삶과 교육철학 전파를 위해 개간된 『월간 쇼카손주쿠』의 창간호에 직접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우리나라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8월 15일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을 의식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 대신 야마구치 현의 요시다 쇼인의 묘역에 대리 참배를 한 일도 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모습이 '대동아공영을 꿈꿨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다'는 강한 의지로 보였습니다.

   패전 이후 '처참한 실패와 철저한 자기반성'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던 일본이 요시다 쇼인이라는 인물을 기리는 이 행보에 저는 괜한 불길함과 이상한 의문을 가집니다. 우리는 일본과의 관계에서 분노를 집어넣고 현상과 사건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요? 주적(主敵)에 대해 보고 싶은 대로가 아닌 보이는 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요? 당장 한일전으로 불리는 일본과의 축구경기만 보더라도 전력과 전술에 의한 이성적 분석보다는 '한일전은 꼭 이겨야 해'라는 감정의 승패에 더 신경 쓰게 됩니다.


   한때 일본은 조선에서 '사상가'가 나오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식 고등교육'이나 '창씨개명' 등으로 우리의 교육과 문화를 말살해 사상가가 나올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하면서도 그들은 끊임없이 사상가를 키워내기 위한 노력을 했죠. 그래서 사이고 다카모리, 사카모토 료마, 요시다 쇼인으로 압축되는 '사무라이 사상가'와 그들이 일본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분노를 마음속 깊어 넣어둔 채 좀 더 유연한 학문의 자세로 적을 대하려 합니다.


  서재필이 독립협회를 창립했을 때의 나이가 31살입니다. 윤봉길 의사가 의거를 치렀을 때의 나이가 25살이고요. 그리고 청년인 제 나이도 그쯤 됩니다.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겠지만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업적을 이루려는 청년들보다 앉아서 승진을 기다리겠다는 청년들이 많아졌습니다. 사상가를 말살하고자 하는 일본의 전략이 먹힌 것일까요?  부디 제 공부의 끝이 사상가를 길러낼 수 있는 교육의 단초가 되길 기대합니다.



다른 의미로 잊어서는 안 되는 인물을 앞으로 공부하려 합니다.

- 사이고 다카모리, 사카모토 료마, 요시다 쇼인

- 충장 김덕령, 제봉 고경명, 사촌 김윤제, 의재 허백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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