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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n 10. 2023

070_20년차 직딩입니다 1편

특별하지는 않아요

https://brunch.co.kr/@hermite236/691

https://brunch.co.kr/@hermite236/692

  예전에 썼던 글과 겹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랑하는 후배가 직장생활 속에서 수없는 교정 끝에 빛나는 직원이 되길 바라며 몇 편을 써 본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직장이라는 조직 생활에 몸 담은 지 20여 년이 되었다. 20대 초반의 세상물정도 모르던 내가 어느덧 아내와 두 아이를 책임지는 40대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동안의 시간 동안 관리자를 보필해야 하는 업무를 많이 보았다. 그 업무를 하면서 관리자의 눈에서 보고서를 보게 되는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또한 인사업무 담당자로써도 몇 년간 하다 보니 단순히 실력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업무총괄팀에서 6년간 있으면서 각 팀을 비교해 보게 되었고 어떻게 보고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에 대한 감도 많이 잡을 수 있었다.


  다이아몬드 원석은 광산에서 캐자마자 보석이 되진 않는다. 보석세공사가 원석을 수십 컷 수백 컷에 이르는 가공과정을 통해 반짝반짝 빛나게 했을 때 원석보다 몇 배의 가치를 지닌 보석이 된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신입사원 시절은 다들 아직 가공되지 않은 원석일 것이다.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기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본인을 잘 가공하고자 노력한 직원은 유능한 직원으로 남을 것이고 가공하고자 하는 노력 없이 원석 그대로의 상태로 남아 있다면 그저 평범한 직원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지금 현재에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만 내가 생각하는 몇 가지를 적어본다.


상명하복

  관리자와 직원을 구분 짓는 차이는 무엇일까? 관리자는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고 직원은 그 지시를 받아서 이행하는 사람일 것이다.

  당신이 관리자라면 어떤 직원이 좋을까? 무턱대고 아부만 잘하는 직원이 좋을까? 입에 yes를 달고 사는 yes-man이 좋을까? 아니면 자기주장이 강한 직원이 좋을까? 주변 정리를 잘하는 직원이 좋을까?

  이렇게 정말 다양한 직원들이 있지만 직원들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꼽자면 관리자의 지시를 잘 따라 주는 점 아닐까 싶다.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 역시 비슷했다. 다른 회사 사장님들과 가끔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어 물어보면 시키기 전부터 불평에 가득 찬 직원, 시키는 것만 겨우 해오는 직원, 기한을 수시로 넘겨버리는 직원 등 답답한 직원들이 많다고 했다

  조직의 개방성 차이일 뿐 부하직원에 대한 생각은 어느 기업이든 비슷했다.

  관리자의 뜻에 무조건 상명하복이 아니라 최소한 관리자의 정당한 지시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직원이 관리자에게는 예쁨을 받는다.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는 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관리자 지시사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전에 모시던 관리자분께서 지시사항에 대해서 한 가지를 조언을 해주셨다.

  "수첩을 챙겨서 관리자에게 들어가 질문을 던져라."

  비록 관리자에게 들어가서 사소한 것을 듣게 되더라도 수첩을 들고 들어가라.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정말 쉽게 잊어버린다. 그리고 사람은 인지편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인지편향이라는 것은 사람이 자기가 경험하거나 기억한 것을 토대로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관리자와 나는 경험하거나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그냥 듣고 나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면 잊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관리자의 의도와는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잊기 전에 관리자의 핵심의도를 적고 관리자에게 다시 질문하는 것이다.


  내가 예전에 했던 업무를 예로 들어본다.

  관리자 : 지난주 실적에 대해서 보고해 주겠어요?

  직원 : 네


여기서 이렇게 답이 끝나면 평범한 직원이다. 내가 사무실에서 하던 보고는 통상 주기가 일주일인데 그 기간이 달랐다. 통상 수요일 기준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지난주 실적 : 전전주 수요일부터 전주 화요일

금주 실적 : 전주 수요일부터 이번주 화요일


여기서 지난주라 하면? 다양하게 해석이 될 수 있다.


1. 전전주 수요일부터 전주 화요일(보고서 상 지난주 실적)

2. 전주 수요일부터 이번주 화요일(보고서 상 금주 실적이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지난주)

3. 전주 월요일부터 전주 금요일(문구상 의미로의 지난주)


정확하게 "지난주"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막연히 관리자의 생각이 이럴 것이라고 추측만 할 수 있을 뿐 짧은 질문 만으로는 관리자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반드시 자신이 생각한 답이 맞는지 되물어서 확인해야 한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전주 수요일부터 이번주 화요일의 실적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이 기간을 말씀하시는 것인가요?"라고 한마디 질문을 던진다면 보고 내용을 잘못 알아들어서 괜한 헛수고하지 않고 관리자가 원하는 정확한 보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한 관리자도 상사다

  내가 모시던 상사 중에 능력이 아니라 주량으로 부하직원을 평가하는 분이 계셨다. 그분의 다양한 발언 중에서 잊히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직원 월급의 10%는 관리자를 위해 써야 한다는 괴상한(?) 논리를 펴며 직원이 밥을 사야 한다고 했다. 비록 나는 그 당시 말단 직원이라 몰랐지만 주위 직원들은 상당히 힘들어했다.

  난 그 관리자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에 그 관리자와 상급 직원이 문제를 일으켜도 관리자가 특이한 분이라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관리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관리자를 보필하는 것도 부하직원의 능력이다. 그 관리자가 그 자리에 오기까지의 경험, 인간관계 그런 것들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부하직원이 그런 관리자도 제대로 못 맞춰주냐며 질책을 받았다. 관리자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관록 그런 것들은 인정해줘야 하고 연장자로서 기본적인 예의는 갖춰야 인정받는 것 같다.

  그래서 직장생활이 단순히 업무능력 만으론 평가받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소신과 똥고집은 다르다 

  회사에 처음 입사한 직원이라도 업무를 수년간 하다 보면 자기만의 지식도 쌓이고 능력도 쌓인다. 그렇게 중견직원이 되어 관리자로부터 지시받았을 때 잘못된 지시 것에 대해서는 소신껏 주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셨던 관리자들에게 물어보면 소신 있는 발언을 싹수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소신 있는 주장을 표현하는 태도는 중요한 거 같다. 관리자의 의견에 대해 바로 반박하는 주장을 하기보다는 잠깐의 휴식시간을 갖은 뒤 반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리자도 사람이다. 관리자와 중견직원 둘만 있든, 다른 사람이 배석해 있든 관리자와 직원 간에 의견 충돌이 있다면 일단 한 발 물러서라. 100%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더라도 한발 물러설 여유가 필요하다.
  공식석상에서는 직원이 반대의견을 제시하면 관리자에게 대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관리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회의를 통해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물러서서는 안 된다. 그 자리에서 반론을 강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한 발 물러서는 것이 좋다. 회의가 끝나거나 잠깐의 여유시간을 갖은 뒤 근거자료를 갖고 관리자에게 조곤조곤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면 자기의 의견을 수정하는 관리자가 대부분이다.
 
  수차례 의견을 표명해도 듣지 않는다면 포기해라. 이상한 관리자에게 더 이상의 설득은 무리다. 오히려 본인의 가치만 깎아 먹게 된다.


긴급한 일이 아닌 중요한 일부터 하라

  다른 팀에서 급하게 해 달라는 보고와 나의 관리자가 사장에게 하는 보고 어떤 게 더 중요할까? 물론 미리미리 준비해서 둘 다 빠른 시간 안에 해주면 좋겠지만 그렇게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면 하나는 버려야 한다. 둘 다 멀티태스킹으로 업무를 처리하려다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관리자가 사장에게 긴급히 해야 한다는 보고를 먼저 하고 그다음에 급하게 해 달라는 보고를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다만 급하게 해 달라는 보고가 중요하다고 관리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좋아할 관리자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글이 길어져서 2편은 내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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