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쟁이 예술가의 도전
어떻게 그럴듯해 보이나요?
Claude AI에게 부탁해서 만든 전시회 포스터를 받아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가능할까?'
내년 3월, 홍콩에서 아트 바젤이 열립니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전 세계 예술가들이 홍콩으로 모이는 그 시간에, 저도 한 번 전시회를 열어볼 생각입니다. 물론 가능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해보고 싶습니다.
왜 하필 홍콩이냐고요? 묻는 분이 계시겠죠? 한국에서도 전시회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홍콩까지 가서 전시회를 하겠다니, 무모해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에게 홍콩은 특별한 곳입니다.
몇 년 전, 홍콩에 파견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평소처럼 그림 노트를 들고 다니며 틈틈이 스케치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 노트를 본 다른 회사의 홍콩 법인장님이 물었습니다. "이 노트, 팔 수 없나요?"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제 서툰 그림에 누가 돈을 낸다고?'
하지만 그분은 진심이었고, 저는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추억이 담긴 노트를 팔 수는 없었으니까요. 대신 법인장님께 약속을 했습니다.
"노트는 팔 수 없지만, 이 그림들을 책으로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그리고 정말 그렇게 했습니다. 그 이후로 계속 그림을 그렸고, 100일 동안 그린 그림들을 모아 '일상의 흔적'이라는 책을 만들었습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93745996
정작 책이 나오고 나서는 그분께 연락을 드리지 못했네요. 용기가 나지 않았던 걸까요? 하지만 그 법인장님의 한마디는 제 삶을 바꿔놓았습니다.
'내 그림이 누군가에게 팔릴 수도 있겠구나.'
'예술가라는 직업을 가질 수도 있겠구나.'
세금쟁이로 살아온 제게 처음으로 생긴 다른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첫 전시회는 홍콩에서 하고 싶습니다. 희망을 얻었던 그 도시에서, 이번엔 예술가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전시회를 한다면 아마 제일 첫 번째 마주할 작품은 이 그림이 될 것 같습니다.
https://www.openrice.com/en/hongkong/p-hugger-mugger-p7868591
홍콩 센트럴에 있는 와인바, Hugger Mugger입니다. 'Hugger Mugger'는 영어로 '비밀스러운', '은밀한'이라는 뜻이에요. 외관만 봐서는 전혀 와인바 같지 않죠?
이 문을 처음 봤을 때,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 문을 열면 다른 세계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문을 통과하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았습니다.
제게 드로잉은 그런 문입니다.
숫자로 빼곡한 재무제표와 장부에서 벗어나, 잠시 저 혼자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
세금쟁이와 예술가 사이,
현실과 꿈 사이,
일상과 예술 사이의 문.
저는 그 문 앞에 서서 묻습니다.
'문을 열면, 무엇이 있을까?'
'나는 어느 쪽에 서 있는 걸까?'
'아니, 꼭 한쪽만 선택해야 하는 걸까?'
내년 3월, 홍콩. 가능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해보고 싶습니다. 문 앞에 서서 망설이는 대신, 이번엔 문을 열어보려 합니다. 그 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내년이 되면 알 수 있겠지요?
Hugger Mugger, a wine bar in Central, Hong Kong. 'Hugger Mugger' means 'secretive' or 'clandestine' in English. From the outside, it doesn't look like a wine bar at all, does it?
When I first saw this door, I had a strange feeling:
'If I open this door, I could enter another world.'
Like Alice in Wonderland, it seemed as if passing through this door would reveal a completely different world.
To me, drawing is such a door. A passage that allows me to escape from financial statements and ledgers filled with numbers, and enter a world of my own for a while.
A door between tax accountant and artist, between reality and dreams, between daily life and art.
Standing before that door, I ask myself:
'What lies beyond if I open it?'
'Which side am I standing on?'
'Or do I really have to choose just one 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