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 Entrance
홍콩 집 근처에 작은 부두가 하나 있었다.
바다 건너에 있는
쿤통과 삼카첸으로 가는 배편이 다니는 작은 항구였다.
집 앞에 있는 바다를 건너는데
건너편이 훤히 보여
바다라기보다는
마치 강을 건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은 통통배를 타고 건너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 부두는
항구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민망했다.
작은 나룻배 몇 척이
조용히 드나들 수 있는 정도의,
아주 작은 항구였다.
20분마다 배가 한 척씩 들어왔다.
한 번은 쿤통행,
다음 한 번은 삼카첸행.
쿤통은 비교적 도시에 가까운 곳이다.
이미 개발이 많이 진행된 지역이고,
익숙한 홍콩 도시의 풍경이 이어진다.
삼카첸은 이름에 ‘촌’이 붙은 곳이다.
아직 개발이 덜 되었고,
조금은 느리고,
조금은 도시보다는 촌에 가까운 느낌이다.
출입구 위에 걸린 키를
처음에는 장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시계였다.
배가 언제 오는지를 알려주는 시계는 아니었다.
지금이 몇 시인지를 말해주는 시계이기에
떠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시계였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배를 타러 가는 출입구를 그렸다.
문 앞에 서서
시계를 올려다보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 작은 부두에는
규칙이 하나 있었다.
문이 열린 곳으로만
배를 탈 수 있다는 것.
쿤통으로 가는 문이 닫혀 있으면
아무리 원해도 갈 수 없고,
삼카첸으로 가는 문이 열려 있으면
그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배를 타면 알 수 있는 것은 딱 하나다.
이 배를 타면
그곳에 도착한다는 사실.
그 이후의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방향이 아니라,
문이 열렸을 때 떠날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뿐이다.
논리의 세계에서 나는
늘 옳은 방향을 선택해 왔다.
닫혀 있는 문 앞에서는 오래 서 있었고,
열려 있는 문이라도
익숙하지 않으면 망설였다.
하지만 이 작은 부두에서
나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혹시 나는
늘 옳은 방향으로만 가느라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을
지나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Which way leads to another world?
In this drawing, the door does not open or close.
It takes the form of a signpost pointing to Kwun Tong and Sam Ka Tsuen.
The sign tells us where to go,
but never what awaits us there.
Near my home in Hong Kong, a small pier connected these two places.
A ferry arrived every twenty minutes, but only one door was open at a time.
You could not choose the destination—
only whether to leave when the door opened.
In the world of logic, the right path matters.
In the world of art, the question remains:
Have I been walking only toward the right direction,
missing the doors that lead to another world?